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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트북 |  | |
| 니콜라스 스파크스 : <노트북>
<사랑과 기적>
흔히 늙으면 죽어야지라고 하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어렸을 때는 그게 과연 무슨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을 했었다. 시간이 지난 뒤 이 늙으면 죽어야지라는 이야기는 ´노망´이라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 우리에게 ´치매´나 ´알츠하이머병´이라는 단어가 쓰이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치매에 걸린 노인이 TV 드라마에서 그냥 약방에 감초처럼 등장한 경우는 있지만 치매에 걸린 노인이 주인공이 된 드라마가 드물다는 점에서 치매에 걸린 노인을 사랑한 노인의 이야기인 ´노트북´은 특이한 소재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한 젊은 남녀가 사랑을 했다. 그러나 그들은 헤어진다. 그리고 다시 만나서 결혼을 하고 행복하게 산다. 여기까지는 서점에 쌓인 분홍색 표지의 순정소설들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 다만 이 행복하던 남녀는 다시 고난을 맞이하게 되는데, 부인이 육체가 병이 드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상실해가는 영혼에 빼앗기는 병에 걸리고 만다. 정말로 사랑했던 사람이 자신을 몰라본다면 그 심정은 말로 할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사랑했던 지금도 사랑하는 사람이 육신의 병으로 고통받는 모습을 보는 것도 힘들기는 하다. 그러나, 육신이 아니라 영혼이 병들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정말 고통스럽다고 생각한다.
남편은 자신의 사랑하는 부인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그들의 사랑이야기를 적은 자신의 한 평생 자체라고 생각하는 노트북을 매일 곁에서 읽어주는 일을 한다. 남편도 늙어서 노트 한 장 넘기는 것도 힘들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노트북을 일고 언제나 부인의 곁에 있는다. 결국 남편은 자신의 사랑하는 부인의 불치의 병을 사랑으로 극복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것도 너무 낭만주의적인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다. ´치매´는 불치의 병이라는데 그런 사랑이 소용이 있을까라고 말이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남편의 노력으로 부인이 잠시나마 기적의 순간이 일어나고 소설의 마지막에도 이런 기적의 순간이 재현되는 것으로 끝난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지금도 지구의 어느 곳에서는 사랑이 존재하고 때로는 이 사랑이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지 않은가?
나는 더 이상 이 소설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제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의 머리칼도 은발이 되어가고, 결정적으로 얼마 전부터 친할머니께서 치매의 초기 증상을 보이시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는 사랑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인 장치들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얼마전의 서울시는 2005년까지 치매환자를 위한 시설을 확충한다는 보도를 본 적이 있다. 이것은 좋은 정책이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돌려서 생각한다면 2005년까지는 충분한 시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도 된다.
사람이 누구나 태어나서 자라고 늙고, 노년에 반갑지 않지만 누구나 만날 수 있는 손님이 치매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치매라는 병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면 사회에도 더 나은 시설들이 속속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치매라는 것에 사랑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대처한다면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가끔은 기적이 일어나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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