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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  | |
| 미셸 투르니에 :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역자 : 김화영 /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1995/8/1 / 페이지수 : 372
<로뱅송의 반제국주의 모험>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 크루소>를 패러디한 미셀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은 서구 제국주의적 시선으로 점철된 <로빈슨 크루소>에 대한 치유제와 같은 작품이다.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 정착해서 그 곳에 문명화된 삶을 축조해 가는 과정을 밟는다면, <방드르디>의 주인공 로뱅송은 자연이 숨쉬는 섬 생활을 통해 문명의 부질없음을 깨닫고 결국 문명으로의 귀환을 포기한다는 내용이다.
소설 <방드르디>은 다니엘 디포의 원작을 의도적으로 뒤집혀 봄으로써 그것의 허구성과 위험성을 지적하려 한다. 로빈슨이 로뱅송이 되고, 프라이데이가 방드르디가 됨으로써, 기존의 모든 가치들은 전도된다.
한편, 본 소설이 발간된 직후에 그의 오랜 친구이자 철학자인 질 들뢰즈는 그의 대표작 <의미의 논리>에 수록된 ˝미셀 투르니에와 타인 없는 세상˝이라는 제목의 강론을 통해서 이 천재적인 작품을 보다 존재론적으로 접근하면서 서구적 제국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라는 종래의 시각을 보다 래디컬하게 재해석해 내고 있다.
다니엘 디포의 로빈슨의 섬 생활이 프로테스탄트적 노동을 통하여 자연을 객관화하고 대상화함으로써 일종의 ´탐구의 영역´으로 관철시켜 나아가는 과정이라면, 미셀 투르니에의 로뱅송은 일종의 체념을 통하여 자아를 자연에 귀화 또는 합병시켜 나아간다. 체념 즉 섬으로부터의 모든 탈출 가능성이 봉쇄되었음을 깨달은 순간, 로뱅송의 일탈은 성공하기 시작한다. 이름 잃은 사물들은 원소들로 귀환한다. 그래서 모든 자연의 활동들이란 원소들의 해체와 재결합이라는 무한한 순환을 이루는 것이다.
한편 로빈슨의 프라이데이가 섬의 재편 과정에서 단지 노예적 성격에 머물고 있다면, 로뱅송의 ´방드르디(금요일)´는 유일한 타자로서 로뱅송(자아)에 있어서는 체념의 도구와 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타인 없는´ 섬에 관한 이야기이다. 여기서 섬 자체는 하나의 불가해한 대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수많은 원소들의 간단없는 신진대사의 장(場)이다. 들뢰즈에 따르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방드르디도 로뱅송도 아니다. 우리들이 알 수 있는 유일한 이야기는 일탈 자체다.
이 소설이 프랑스에서 68혁명이 일어났던 같은 해에 발간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점을 시사하는 것 같다. (교보문고 전재)
by http://www.edu.co.kr/kwank9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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