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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  | |
| 로맹 가리 :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
역자 : 김남주 /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2001/11/10 / 페이지수 : 272
<인간에 대한 혐오, 사랑으로의 회귀>
씁쓸한 감정만이 입 안에 맴돈다. 쓴 무언가를 삼킨 듯한 느낌이 든다. 허전한 느낌, 지금껏 지니고 있던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한 느낌. 한장한장 느끼면서 느낀 것들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그 시간에 쫓기며 그저 바삐 끝을 향해 달려갔기에, 이제 와서 시간이 부족했노라고, 보다 진지한 태도가 필요했노라고 스스로에게 고백하는 바이다.
여러 작가의 글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 한 사람이 적어나갔을 것 같은, 한결같은 느낌의 글들이었다. 문체가 굳이 똑같지 않더라도, 그 안에 얼룩져있는 인간에 대한 실망, 배신감, 그 감정들은 속일 수 없었다. 가장 선두에 섰던 이들에게는 아픔과 고통만이 따라오고, 별볼일 없는 삶이 성과물로 주어지는, 그것은 우리 사회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어 보였다.
허무주의적 요소, 일회적인 삶에 대한 집착 없는 나날들... 억지로 모든 것에 이유를 부여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하여 모든 것을 가치 없는 것으로 깎아내리지도 않는, 그것은 인간에 대한 한없는 사랑이었고, 뒤돌아섰다가도 다시 발길을 돌리게끔 만드는 인간에 대한 끝없는 믿음이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 때문일까. 제일 처음에 나와있는 ´소녀의 죽음´이라는 작품이 계속적으로 머릿속에 남아돈다. 어쩌면 지극히 정상일지도 모르는 소녀는 비정상적인 세계 속에서 혼자만이 정상이라는 사실 때문에 삶을 등지고픈 욕구에 사로잡혔던 걸지도 모르겠다. 날카로운 기요틴 칼날, 독버섯,... 죽음을 향해 매몰차게 성큼성큼 다가가는 그녀의 발걸음이 너무도 힘차고 정겨워 보인다면 역설일까.
사회에 대한 배신감이었고,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였다. 인생의 무대에서 내려와 한없이 도피행각을 벌이던 이들에게도 그들 나름대로의 사회가 존재했고, 주류에 대한 비주류의 신랄한 외면 속에서 나는 또 다른 인간에 대한 사랑을 느껴본다. (영풍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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