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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수용소에서 |  | |
| 빅터 프랭클 : <죽음의 수용소에서>
역자 : 김충선 / 출판사 : 청아 / 출판일 : 1984/1/1 / 페이지수 : 256
<죽음의 수용소에서 실존주의로>
▶Ⅰ. 아우슈비츠, 그 세기말적 홀로코스트
아우슈비츠라는 단어는 이제 폴란드에 위치한 작은 도시가 아닌 홀로코스트의 표상의 되었다. 아우슈비츠가 2차 대전이 종식 된지 50년이 지나고서도 회자 될 수 있는 까닭은 250만 명에서 400만 명의 유태인들이 그 곳에서 죽어갔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그 안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지로 트레블랑카나 벨젠 수용소가 오늘날 기억되지 않는 이유는 아우슈비츠 보다 상황이 좋아서가 아니라, 살아 남아서 증언해 줄 사람도 없을 뿐더러 그 증거도 철저히 인멸 시켰기 때문이다.
프랭클 박사는 아우슈비츠와 다하우의 수용소를 거친 후 살아 남아, 오늘날 우리들에게 그 안에서의 일들을 소상히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프랭클 박사는 유태인 학살에 대한 이전의 영화나 서적들처럼 순간의 충격과 가슴 절절함을 주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존의 의미를 생각해보게끔 한다.
그가 풀어놓은 실존에 대한 얘기와 참혹한 수용소 안의 일들을 통해 히틀러가 그의 자서전 <나의 투쟁> 중에서 내던진 한마디를 되짚어 보게 된다.
˝분명한 거짓말도 거듭 되풀이 하다보면 절대적인 진실로 바뀌어 버린다.˝
▶Ⅱ. 죽음의 수용소에서
▷1. 인간 - 스스로의 기획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라는 논문에서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제하에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주인이 되어야 하며, 이는 곧 인간이 스스로의 기획임을 설명해준다. 인간이 스스로를 기획하는데 있어서는 선택, 혹은 결정이 필요한데 인간이 실존에 대한 주체인 이상 이에는 책임이 따른다. 또한 우리의 존재를 자신 한 사람이 선택하기에 고독은 항상 뒤따르며, 이러한 고독은 불안을 수반한다.
프랭클 박사가 묘사한 수용소 안에서의 생활도 마찬가지이다. 죄수들은 실존만 내던져진 채 매순간마다 결정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빵을 조금씩 뜯어먹느냐, 한꺼번에 먹느냐와 같 이 생존과 관련한 일에서부터 내적 자유를 빼앗으려는 권력층에 굴복 할 것인가 하지 않을 것인가에 이르기까지, 신체적 자유가 제한되어 있는 수용소 안에서도 항상 선택의 기회는 놓여져 있다. 즉, 프랭클 박사의 말처럼 죄수가 어떤 종류의 인간이 되느냐 하는 것은 그 자신의 내적인 결심의 결과이며, 정신적으로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결정할 수 있다.
사르트르와 프랭클 박사는 공통적으로 인간의 주체성과 존엄성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는 데, 이는 사르트르의 논문 제목처럼 실존주의가 곧 휴머니즘을 표방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즉 인간은 선택을 함으로써 주체적이 되며, 그러한 주체성으로 얻어진 내적 자유는 인간으 로 하여금 존엄성을 간직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휴머니즘은 인간의 존엄을 지상으로 바라보는 입장을 취한다.
▷2. 실존주의의 발전 - 로고데라피
사르트르와 프랭클 박사 모두 실존주의를 제창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둘은 큰 차이를 보 인다. 다시 말해, 사르트르가 실존주의를 철학의 분야로만 구속시켜 일반적이고 추상적으로 만 머물게 한 데 비해 프랭클 박사는 로고데라피라는 개념을 통해 과학의 영역으로 발전 시켜 나간다. 물론 인간의 정신적인 면을 과학으로 보느냐 에는 많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정신분석학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이는 미신이나 낮은 수준에서의 신앙 정도로 여겨졌는데 창시자인 프로이트는 여기에 대해 반박하였다. 그는 정신분석학이 자연과학의 일부인 물리학과 화학을 전범으로 삼는다고 하였으며, <나의 이력서>나 <정신분석학개요>등의 논문을 통해 정신분석학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과학으로 승인 받게 되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정신분석학을 이루는데 있어서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언어이다. 다시 한번 프로이트 를 언급하게 되는데, 그는 논문 <비전문가적 분석> 중에서,
˝말을 경시하지 않도록 합시다. 결국 그것은 강력한 도구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며,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는 우리의 방법입니다.˝라고 말하며 언어를 ´마술적 행위´로까지 끌어올린다. 그도 그럴 것이 언어는 투약이나 수술 행위가 없는 정신분석학의 치료에 있어서 필수 불가결 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언어는 과학적으로 인지되고 분석 한 뒤 사용하여야만 그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앞서 서문에서의 히틀러의 말도 언어의 과학적 측면을 말해준 것이라 하겠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독일 국민들이 나치스의 주장에 설득되고, 나치스 당원들조차도 잔악한 행위를 자행 할 수 있었던 것은 선전 기법과 같은 언어의 과학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히틀러의 연 설을 들은 혹자는 ˝마치 바그너의 음악처럼 웅장한 선율이 흐르듯 청중을 감싸고돌아 그들 의 감정을 폭발시켰다˝고 하였는데, 역사가들의 지적처럼 그의 주장에는 강한 설득력이 있 었다. 물론 시대적 상황 등을 무시할 수만은 없으나, 언어가 유태인 학살에 한 몫 할 수 있 었던 것은 분명하다.
여기서 정신분석과 언어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과학성이다. 물론 인 간의 정신이나 언어를 자연과학과 같이 정확한 물리적인 수치나 공식으로 나타내기는 어렵 지만, 자연과학조차도 완전 무결한 것은 아니며, 항상 새로운 가설 앞에 존재하고 있다고 봤을 때, 정신분석학과 언어 또한 과학의 영역으로서 살펴 볼 수가 있을 것이다. 하나 아이러니한 것이 있다면, 과학의 발전이 배경이 된, 산업화에 대한 반성(양차 대전 또한 실존주의의 배경이기는 하나)으로 생겨난 실존주의는 다시 로고데라피의 근본이 되고, 로고데 라피는 또 과학성을 띤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과학의 발전과 동시에 제기되는 윤리적인 측면을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3. 휴머니즘으로서의 정신분석학과 언어
정신분석학에 대해서는 빅터 프랭클 박사가 만들어낸 개념인 로고데라피에만 국한하여 언급하고자 한다. 우선 로고데라피 개념이 실존주의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에서 휴머니즘의 요소를 찾아볼 수 있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실존주의는 인간의 주체성을 인정하고, 그로 인한 인간의 존엄성을 중요시 여겼기 때문이다. 그리고 프랭클 박사는 로고데라피 개념을 설명하는 데 있어서 ˝사랑은 타인의 가장 깊은 곳까지 파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누군가를 사랑해야만 인간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라고 말하였는데, 이 또 한 강한 휴머니즘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와 연결 시켜 볼 때, 로고데라피 테크닉의 도구가 되는 언어 또한 인도주의 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로고데라피 테크닉을 환자들이 실현하기 위해서는 개념에 대한 정확한 설명과 인지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언어의 과학성을 발판 삼아야 한다. 그리고 그 발판을 토대로 정확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이루어져 나갈 때, 환자의 치료가 가능하며 로고데라피의 바탕이자 실존주의의 근본이 되는 인간의 존엄성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언어가 자칫 악용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히틀러는,
˝투쟁은 만물 의 아버지다. 휴머니즘의 원칙에 따르는 것이 아니라, 가장 잔인한 투쟁 방법에 의한 것이다.˝
라고 하였는데, 이는 2차 세계 대전 때처럼 언어가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해 준 다. 현재도 언어는 비윤리적인 차원에서 종종 쓰여지고 있으며, 이것은 정확한 커뮤니케이션을 바탕으로 궁극적인 사랑을 실천하고자 하는데 방해가 된다.
▶Ⅲ. 수용소에서의 탈출
프랭클 박사의 개인적인 고통과 그를 넘어선 유태인의 고통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나, 그로 인하여 로고데라피의 개념의 완성될 수 있었던 점에서는 오히려 감사할 만한 일이다. 또한 수많은 결정의 순간들 속에서 권력에 굽히지 않고 내적 자유를 계속하여 간직할 수 있게 해준 실존주의에 대한 이해들이 갖는 가치도 높다 하겠다. 책을 읽고 난 뒤, 잔인했던 역사를 밟아간 사람들을 향해 애도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정신분석학과 언어의 과학성을 발판으로 한 휴머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라 하겠다.
프랭클 박사는 이 책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방법을 행위, 체험, 고통의 세 가지로 요약하였다. 프랭클 박사가 제시한 이 세 가지의 방법은 이 책을 통해서도 실현된다. 즉, 책을 읽는 행위와 그 내용을 통한 간접적인 체험, 그리고 그것들을 이해하기 위한 지적인 고통을 통해 삶의 의미를 향해 한 발 내딛게 되는 것이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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