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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  | |
| 이어령 : <흙 속에 저 바람 속에>
출판사 : 문학사상사;(주) / 출판년월(초판) : 1996년 07월 10일 / 쪽수 : 351
<이어령교수와 마법사의 글>
살아가면서, 자신의 나라를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말로 비판하거나 칭찬하는 사람은, 남의 말을 빌리지 않고 정말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말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최근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의 불공정한 판정 이후로 우리 나라의 국제적인 힘에 대하여 의심이 갔다. 다른 나라로부터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을 것이라는 나의 기대와는 달리, 들어본 바로, 외국인들은 우리를, 우리가 우리 나라의 외국인노동자를 바라보는 눈빛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었다. 충격이었다.
물론 인종차별이라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것을 극히 들어온지라 차별된 눈으로 바라보지 않으려 하지만, 우리보다 후진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나로서는 거의 못 볼 것을 본 양 너무나도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곤 했다.
그런데 우리가 다른 민족들에게 그렇게 비추어진다니, 충격을 가라앉히기 힘들었고, 그러한 상태에서 오빠가 입학선물이라며 사준 이 책을 읽고는 한국이라는 나의 나라를 다시 한번 보고, 생각하고, 느끼게 되었다.
이어령, 이 책의 저자이자 전 이화여대의 교수였던, 이 위대하신 분은 나에게 한 권의 책을 읽힘으로서, 무엇하나를 해낸 것 같은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셨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접하기 전에는 이 분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한번도 없을 뿐 더러 이분이 이렇게 유명한 분이라는 것은 전혀 상상치 못하였다. 내가 저녁 식사 시간에 가족들 앞에서 이러한 분의 책을 읽어야 한다며, 이분은 또 어느 나라 사람이냐며 불평을 하는 동시에 나는 밥이나 꼬박꼬박 먹는 미개인이 되고 말았다.
지금 이 책을 읽고 나서야 이 분의 이름 석자만 들어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존경하게 되었지만 그땐 정말 까막눈이었다. 그럼 이 책이 어떤 책이길래 나를 이렇게 바꾸어 놓았는지 설명을 하겠다.
수필식의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기란 참 힘들다. 수필 중에서도 그것을 묶어놓은 책이라면 더더욱 힘들다.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책이다. 이 교수님께서 수필 형식으로 약 4개월 동안 신문에 발표하신 글들을 거의 모두 묶어 낸 책인데, 전체적인 주제를 요약하자면 한국인의 풍습과, 관습들, 또 우리가 생활하고있는 모든 환경으로부터 한국인의 감성을 뽑아내고, 그것으로부터 우리가 나가야할 지향점을 소개하며, 외국과의 비교도 해 놓은 것이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기차에서 어떤 한 청년이 이 교수님의 짐을 들어주는 내용이 담긴 글이다.
이 글을 쓴 이 교수님 마저 요즘 세상에 찌들어 지나친 친절을 경계하게 되셨다. 그 글 중에
´대가 없는 친절이란 의심과 경계를 살 뿐이다´,
´남에게 친절하지 않은 것이 도리어 친절이라는 세상´
이러한 말이 언급되어 있다. 정말 이 부분을 읽을 땐 눈에 눈물이 팽 돌았다. 절대 과장이 아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읽었다면 ´요즘 세상이 각박하지´ 하고 그냥 넘어갔을 부분이었으나 이 교수님의 세련된 어투가 나도 몰래 내 머릿속 구석구석에 침투해 이미 내 주체는 잃어가고 있었다.
이 외에 한가지 기억에 남는 글은 ´어쨌든´이란 우리가 정말로 많이 쓰는 단어에 대한 글이었다. 정말 많이 쓰는 단어이다. 특히 나는 그것을 이미 인식하고 있었다. 할말이 없을 때도 ´어쨌든´ 하나면 넘어가곤 했다. 일종의 대답의 회피라고 볼 수 있겠다. 그런데 내 생각과 너무나 같게도 이 교수님께서는 이 점을 지적해주셨다. ´어쨌든´이라는 말 때문에 우리는 ´왜´라는 의문을 던질 용기를 잃어버리고 만다. 교수님께서는 이미 우리에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들고 계셨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맺음말과 ´어느 벗에게´라는 글이 쓰여져 있다. 지금 독후감을 쓰는 시점은 책을 다 읽은 후이기에 나는 이렇게 이 교수님을 찬양하고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을 읽기 전까지는 나도 이렇게 절대적이지는 않았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전에는 느끼지 못한 온몸에 전율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언어의 마술사, 연금술사라는 표현이 오히려 부족했다. 이 분은 정말 깨신 분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그분께서는 한국의 불행한 처지, 비참한 정서, 한국인의 어리석은 모습들을 제시하는 동시에 그러한 것들에 대해서 비판이 아니라 공감하고 동정하게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들고 계셨다. 정말 ´이어령 교수와 마법사의 글´이라는 제목을 붙여드리고 싶었다. 그분께서는 글을 쓰신 게 아니라 마법을 부리신 것 같았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면서 맨 처음 던진 물음에 대하여 대답을 해야겠다. 나는 아직 내 자신이 우리 나라, 대한민국을 평가할 만큼 위대하지 않다. 그래서 나 역시 저 물음 안의 사람 속에는 못 들어간다. 그리고 <흙 속에 저 바람 속에>라는 책도 거의 흡수하다시피 읽었기 때문에 내 의견을 펴기엔 아직 너무나도 모자라다.
그러나 이어령 교수님 같은 위대한 지식인들 중에는 그러한 논리를 펴갈, 의견을 제시할 훌륭한 분들이 충분히 많을 거라는 확신을 가졌기에 편안한 자세로 글을 끝맺을 수 있겠다. 아직 모자란 내가 할 일은 이어령 교수님께서 언급하신 한국인의 안 좋은 점들을 고쳐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자신을 깨우친 후, 우리 나라를 평가할 수 있을 때까지 안목을 높여야겠다. 정말 내 인생의 반환점을 줄 만큼 위대한 책, 위대한 저자였다.
(영풍문고 전재)
by http://www.edu.co.kr/kwank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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