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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마의 시 |  | |
| 살만 루시디 : <악마의 시>
역자 : 김진준 / 원서명 : Satanic Verses / 원저자명 : Rushdie, Salman / 출판사 : 문학세계사 / 출판일 : 2001/5/12 / 페이지수 : 430
<여름밤, 물음표의 소낙비>
더운 여름밤, 수많은 의문의 꼬리표들이 나의 침실을 덮쳤다. 지브릴 파리슈타와 살라딘 참차라는 인물을 통해 드러내는 루시디의 상상력의 성은 많은 想念들로 채워진 해자를 넘어야 다가설 수 있다. 그것이 이 책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최근에 읽은 소설 중에는 단연 기억에 남을 만큼 혼자서 웃기도 많이 했다. 그것은 살만 루시디가 선악의 본질이라는 육중한 화두에 써놓은 위트 넘치는 포장 때문이었다. 포장을 걷고 안을 들여다보면, 선악 외에도 서로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문제(빈부, 동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곳곳에 은유들로 잠복시켜 놓은 그의 글재주가 감탄스럽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선악이라는 문제는 늘 어느 곳에서나 일어나는 것이기에 우리는 때론 무감각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이야기의 황당함은 이러한 무감각에서 독자들을 잠시 벗어나게 해준다. 지브릴(천사)이 참차(악마)를 골탕먹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은 우습기보다는 우리의 발목을 잡고있는 통념이 루시디의 세계에서는 얼마나 바보 같은 면이 있는가를 일깨워 준다. 성스러운 천사가 악마를 괴롭힌다, 그것도 장난기를 동원해서...
이슬람을 거의 모르는 나로서는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그들이 진정 예언자로 받드는 마호메트는 이 소설에서 한낱 비굴한 남정네에 불과하다. 서구문명의 거대한 기둥인 기독교도들이 이천 년 동안 보여준 수많은 헤프닝(?)도 루시디의 관점에서는 동일한 것이 아닐는지? 어제의 화형장에서 살 타는 냄새를 뿌렸던 마녀사냥의 축제, 그 기독교의 역사도 사실 지금 이 시대의 상식으로 진맥한다면 미친 짓이 아닌가?
우리의 사유가 도달한 절대적인 존재에 대한 우리의 기만적인 색칠이 더욱 신성 모독적인 짓이라면 루시디는 이 소설로 신성을 모독하지는 않았다. 루시디의 문장은 웃음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지적인 담금질을 통해 이러한 예리한 자기나름의 해석을 제시한다. 그것을 찾아 떠나는 것은 독자의 몫으로 때어준 즐거움이다.
거인처럼 동서, 고금의 선을 넘나들며 섭취한 지식의 알곡들이 이 책을 통해 팝콘처럼 튀겨져 나온다. 받아먹기만 하면 되는데, 먹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아니, 루시디가 원하는 것은 한번쯤 냄새라도 맞으며 터부시된 문제에 대해 진지한 표정을 지어달라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닭이 울 때까지 읽어도 재밌다.
루시디는 결코 어떠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는 것 같다. 나비를 낼름낼름 먹으면서 신탁의 예언을 늘어놓는 아예샤가 신도들을 이끌고 성지에 도달한 장면만 보아도 그렇다. 영원한 사기일 수도 있고, 영원한 진리일 수도 있는 말,
˝믿는 자에게만 바다가 갈린다.˝
언어들의 춤이요, 생각들의 금광이며,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채찍질이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주인공들이 어른거리며, 그들이 떨군 채취와 말의 편각들은 널부러져 ´나´라는 거대한 모순덩어리에게 달라들어 붙는다니..... 생각은 뭔데?
태양의 젖을 먹고 자란 단풍들이 거리를 뒤덮기 전에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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