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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래도시 |  | |
| 허수경 : <모래도시>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1996/6/10 / 쪽수 : 286
언젠가 동생에게 허수경님의 시를 읽어준 적이 있다. 제목은 아마도 ˝폐병쟁이 내 사내˝ 였던 것 같다. 동생의 반응이 엉뚱하다. 분명히 이런 글을 써 내려간 님을 궁금해하거나 감탄을 생각했으니 말이다.
˝뭐? 그 여자 어디 아프나?˝
정말 이런 대답이 나올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렇지만 가만히 보니 님의 글을 잘 꿰뚫어 본 거 같다. 님은 분명 세상에 다한 상처를 몸에 새기고 아파하고 있었으니 동생의 반응이 당연시된다.
허수경님의 시집 못지 않은 이 ´모래도시´란 소설을 읽은 건 요 근래였다. 책장을 펼치고는 덮을 수 없어 밤을 새우게 한 글이었다. 그리곤 결코 그냥 머리 속을 스쳐가 버릴 내용이 아님에 나는 이렇게 몇 자 긁적거리게 되었을 것이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인식해버린 그녀, 어쩌면 그녀는 모래 도시 위에 어찌 할 수 없어 서있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며 독일행을 감행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소설을 읽는 내내 이건 님 자신의 글이구나를 많이 생각했다. 물론 삶을 얘기하는 화자는 ´나´외에 독일 태생의 슈테판, 레바논 출생의 파델이 있었다. 그러나 결국엔 세 명의 주인공 모두 삶을 살아감에 아파하는 그녀를 닮아 있었다. 셋 다 상처투성이 세상을 너무 빨리 알아버렸고, 마치 노인들같이 언젠가 사라져 버릴 모래도시의 허무를 얘기했다. 그들은 삶을 아름답게 이어가기에 평범치 않은 유년을 경험했고, 또 너무나 빨리 늙어버린 것이다. 다 살아보기도 전에 말이다.
갑자기 파델의 동생의 말이 떠오른다.
˝형은 사는 거같이 살어. 여길 떠나서 다신 돌아오지 말고...˝
사는 거 같이 사는 게 무엇일까? 먼 독일의 땅에서 파델이 또 자신을 닮은 여인을 사랑하고, 이별하여 우는 그러한 삶은 과연 사는 거 같은 삶인 것인가. 오지 않을 편지를 한없이 기다리는 ´나´는 무엇을 바라는 것인지, 주인공 ´나´가 한국에 두고 온 것은 무엇인지.....
추운 날씨에도 우체통 앞만 서성이는 ´나´를 바라보며 슈테판은 왜 그리도 자신을 봐주지 않음을 한탄했을까. 빵을 좋아하지 않는 ´나´를 위해 왜 할머니의 쨈을 발라먹게 하며 기뻐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본다.
살아가는 게 힘이 드는 요즘의 나 자신은 이 글을 읽으면서 많은 세계를 방황한 느낌이 든다. 글쎄 세상을 부정하고 나 자신마저 부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허수경님의 글은 항상 나를 끌어들이는 힘이 있다. 읽어보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그런 힘, 그것으로 인해 살아감에 한번 더 의미를 찾아보게 된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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