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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월 |  | |
| 하련생 : <선월>
역자 : 강영매 / 출판사 : 범우사 / 출판일 : 2000/1/5 / 페이지수 : 596
<달빛 속에 핀 사랑 이야기>
나의 소원은 오로지 우리 나라가 통일이 되는 것이다. 내 조국 땅을 지독히 사랑하고 싶다. 오늘날 이처럼 우리의 소원을 염원하지 않는 분은 없을 것이다. 사랑 그것이 정말 있을까. 그것은 조국을 지독히 사랑한 분. 시공간을 초월하여 지금 여기까지 그분의 향기 느껴지는 그분의 일기 ´백범일지´를 백 번째 읽고 있다. 읽을 때마다 병적일 정도로 열렬하게 조국을 사랑한 그분이 바로 김구 선생님이다. 나에게 선물이 하나 있다. 그것은 조국을 사랑한 김구, 김구를 사랑한 이국 처녀와 사랑 이야기 ´선월´이다.
여름에 반짝이는 별 하나가 있다. 이름 없는 풀꽃이 되어 두문 불출한 지도 오래 된 듯하다. 새가 물어온 운명의 점괘가 초 여름밤의 벼락이었다면, 내 작은 몸으로 어쩔 수 없다. 그리움이 쌓여 눈물꽃이 되어 그대에게 전해진다면, 이 텅 빈을 가슴이 채울 수 있을까. 간밤에 내 벗은 바람과 별과 하늘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하련생의 선월이었다.
요즘에 ´명성황후´를 드라마로 시청하고 있고 ´백범일지´를 읽은 후 ´선월´을 읽었는데, 내 마음의 사랑이 내 가족. 내 고향 그리고 내 나라까지 생각했을 때 칠흙 같이 어두운 밤에 한 여름밤의 별빛이 되어 내 나라를 생각하게 하는 선월은 6월에는 한국전쟁이 8월에는 광복이라는 우리 나라의 비극적 운명이 지금도 분단조국의 숙명을 안고 일본의 역사 왜곡의 울분 속에서 올해의 아름다운 여름도 흘러간다.
명성황후. 조선의 마지막 황후였던 명성황후는 여걸이었다. 그 명성황후가 일본낭인들에 의해 시해되고,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가 된다. 일제하 치하시대 조선은 독립을 위해 투쟁을 하였는데 그 대표 인물이 백범 김구다. 김구선생님의 일기 즉 ´백범일지´는 아직도 그 비극의 잔재 끝나지 않은 남북 분단 시대의 현시대에 반드시 읽어야만 될 것이다. 명성황후는 여성으로서 나라를 생각했고, 그녀의 죽음은 일본인들에 의해서였고, 그녀의 죽음으로 우리는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다고 본다면, 김구 선생님은 그 이후 남성으로 독립을 위해 일생을 몸바친 분으로서 그의 ´백범일지´를 보면 그 식민 시대의 우리들의 영웅이었다. 그 영웅을 사랑한 중국인 처녀가 있었다. 그것이 ´선월´이다.
거인 백범 김구에게도 사랑이 있었다. 그 사랑이 국경을 초월한 중국 여인과의 사랑이었다. 중국 작가 하련생이 그린 슬픈 사랑 이야기를 보고 우리들의 삶에 도대체 사랑이 뭔가를 절실히 느끼며 ´백범일지´의 야사 같은 진실한 인간의 모습이 선월 속에 있다.
´인생여선 수연득월(人生如船 隨緣得月-인생은 배와 같아서 인연에 따라 달을 얻고).
현재 [가흥 일보] 편집인인 작가는 이 책을 한국과 중국의 우정을 위해 바친다고 밝혔다. 백범 김구 선생이 서거한지 50년만에 중국 가흥에서의 도피 생활을 그린 소설. 김구 선생의 따뜻한 인간미와 이 지방의 토속적 정취를 흠씬 전해주고 있다. 특히 김구 선생을 섬긴 뱃사공 처녀 아이빠오의 순결한 마음은 김구선생에게 절실한 부부애를 갖게 한다.
´김구 선생의 가흥(嘉興) 피난기´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이 소설은 1932년 4월 윤봉길 의거 후 일경의 수배를 피해 상해에 이웃한 가흥으로 피신한 백범이 장진구(張震球)란 중국인 행세를 하면서 5년여 숨어 지내면서 맺은, ´피난지에서의 사랑 이야기가´가 줄거리다.
나는 한국인으로서 남북 통일을 소원하는 사람으로써 명성황후를 시청하면서 조선의 마지막 황후를, ´백범일지´를 읽으면서 일제 시대의 영웅을, ´선월´을 읽으며 중국 처녀를 생각하게 하였다. 도대체 일본과 한국과 중국은 어떤 관계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백범 김구선생님은 우리 나라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온몸으로 떠받치며 민족 독립과 조국 통일이라는 민족의 지상 과제를 실현시키기 위해 힘쓴 분이다. 우리는 선생이 자식들에게 유언 대신 남긴 선생의 험난한 항일 투쟁 기록과 꿋꿋한 삶의 이야기를 통해 민족의 어제와 오늘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일류의 초강대국 미국에 대참사가 일어났다. 그것으로 인한 인간 피해는 엄청나다. 미국 대통령 부시의 전쟁 선포로 21세기의 3차대전이 예고되고 있다. 혹자는 ´영화 같은 사실이다.´ 또 ´테러는 범죄다.´라고 울부짖지만, 나는 2차대전의 상처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시대에 그 2차 대전 때 우리 나라 식민지였을 때 식민지로서 우리는 도대체 어떤 상황이었으며,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의 사건을 전해오는 이야기처럼 또는 사실에 허구를 더한 소설로서만 읽었는데, 도저히 그 갈증을 풀 수가 없었다. 영화나 소설이 아닌 실제를 지금 간접적이나마 느끼고 싶었다.
그것이 바로 백범 김구 선생님의 ´백범일지´다. ´백범일지´는 철학서나 종교서가 아니고 소설도 수필도 아닌 그분의 일기요, 유서였다. 그것에는 그때의 한민족으로서의 삶이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한국민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라 여기며 일생을 그 전쟁에서 받치고 생을 마감한 그분의 얼을 기리며 3차대전이라는 불길한 예감에 그분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가흥일보]의 편집인이자 중국 작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하련생(夏輦生·52).
하씨의 형부의 부친은 임시 정부에서 활동한 유평파(劉平波-건국훈장 애국장 서훈)씨로, 하씨는 한국과는 인연이 깊다. 이 소설에는 중국인 처녀 뱃사공 주애보(朱愛寶)와 백범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낯설게 들리겠지만, 소설에서 백범의 동거녀로 등장하는 여주인공 주애보는 실제 인물이다.
하련생이 선월을 사랑이야기로 창조했고, 아직도 그 아련한 사랑 때문에 가슴을 적시며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내가 삶에 의미를 잃고 있을 때 한국 여인이 나에게 새로운 인연으로 다가왔다. 하씨가 소설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백범일대기에서 야사(野史)로 기록되고 있는 주애보와의 ´사랑얘기´는 상당 부분 논픽션에 가깝다.
다만 주애보의 순결한 마음씀씀이, 백범의 애틋함 등을 표현하면서 소설적 기법을 가미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여느 애정소설이나 마찬가지로 백범의 역사적 무게에 눌려 잊혀질 뻔한 실제 사랑 이야기를 작가는 이 소설에서 ´주애보의 물 위에 쓴 일기´라는 허구적 장치를 통해 되살려냈다. 국경을 넘어 긴박한 나날들 속에서 피어난 사랑과 따스한 인간애가 대운하에 뜬 ´달과 배´처럼 아름답다.
조국을 사랑한 백범, 그를 사모한 처녀뱃사공
이봉창 의사의 일왕 저격, 윤봉길 의사의 홍구 공원 폭탄 투척으로 당시 임시정부 국무령 백범은 왜경에 쫓기게 된다. 그에게 걸린 현상금은 60만원. 평생 동안 아편을 즐기며 36명의 첩과 질리도록 놀 수 있고, 독립군으로선 대 군단을 조직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상해 법과대학 총장인 추푸청의 도움으로 임시정부를 가흥으로 옮긴 백범은 시시각각 좁혀져오는 포위망에 신변의 위험을 겪는다.
˝남경에서 출발할 때 주애보(朱愛寶)는 본향인 가흥으로 돌려보냈다. 그 후 종종 후회되는 것은 송별할 때 여비 100원밖에 주지 못하였던 것이다. 근 5년 동안 한갓 광동인으로만 알고 나를 위하였고, 모르는 사이 우리는 부부같이(類似夫婦)되었다.
나에 대한 공로가 없지 않은데, 내가 뒷날을 기약할 수 있을 줄 알고 돈도 넉넉히 돕지 못한 것이 유감천만이다˝ (´백범일지´ 도진순 주해)
신분 위장을 위한 것이긴 했지만, 두 사람은 5년여´부부처럼´ 지냈다. 당시 백범은 부인과는 사별한 후 홀몸이었고, 주애보는 갓 스물을 넘은 처녀였다. 5년여 같이 지낸 세월 속에서 두 사람간에 인간적 정분이 없지는 않았다. 60만원이라는, 당시로선 거금의 현상금이 내걸린 망명정부의 지도자와 신분도 모른 채 그와 5년여를 동거한 망명지의 이국 처녀.
여름밤을 깊어만 가고 있다. 이름 모를 풀꽃이 진한 향이 되어 나의 가슴에 아련하게 젖어오는 것은 왜일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은 신이 인간에게 부여해준 가장 위대한 선물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보여줄 수 있는 사랑은 아주 작다고도 했습니다. 보이지 않게 사랑하는 사람, 베풀기만 할 뿐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람, 무모하고 답답해 보일지라도 그런 사람이 아름다운 사람이 아닐는지요. 소설 쓰는 일이 허용되는 한 사랑의 의미 찾기를 지속하고 싶습니다. 이 세상,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사랑의 의미를…….˝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자기 중심적인 사랑이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원조교제 스와핑 주부들의 인터넷 매춘이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고, 불륜이 더 이상 충격이 되지 않는 시대가 바로 요즘이다. 이와 같은 현실에 비춰보자면 이 소설에서 그려지는 사랑은 다분히 고답적일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줄 수 있는 남자,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 사회적인 성공 기회를 스스로 내던져 버리는 여자의 자기 희생적인 사랑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풍속도가 어떻게 변모해가고 있든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된 사랑의 형태는 아직도 지고지순한 사랑일지도 모른다. 사랑의 본질은 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랑은 순수한 모습을 변치 않을 때, 헌신적일 때 여전히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 그런 사랑이야말로 이 세상을 그나마 따뜻하고 살 만한 곳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 소설이 던지는 사랑의 정의는 바로 이것이다.
진실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 진실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 겪게 되는 좌절과 시련은 그래서 누구에게나 가슴 뭉클한 슬픔을 안기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루질 수 없는 사랑 오로지 조국의 소원하나 만을 기원하면 일생을 보낸 김구 선생님을 보면서 그 인간미 넘치는 사랑 국경을 초월한 사랑이야기가 슬픈 이야기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다.
좌절과 고난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힘이야말로 약한 것이 아니라 강한 것이다. 나는 그 조선의 명성황후의 정신을 본받고 김구선생님의 소원을 오로지 남북 통일이라는 서원을 새워 절대 사랑은 힘없은 풀꽃이 아니라 강인한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의 이야기가 소설로 ´부활´한 것은 뒤늦은 감마저 없지 않다. 작가 하씨는 수 차례 백범의 차남 김신 전 교통부장관을 만나 백범에 관한 얘기를 들었고, 또 중국에서 방영 예정인 TV연속극 ´김구´의 극본을 공동 집필한 경험도 있다. 나는 그녀를 만나 보고 싶어진다. 김구선생님이 삶과 죽음을 초월하여 나라를 사랑해 듯이 ´선월´은 국경과 운명을 초월한 진정한 사랑 이야기로 ´백범일지´와는 달리 소설적인 재미와 기교 있었고 중국인으로서의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운명은 초월한 삶이요, 사랑이었다.
숙명처럼 따라 다니는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 복제되고 우주 여행까지 가게된 뉴미디어 시대에 일본은 그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그것에 대해 한국은 얼마만큼 어떻게 대처하는가.? 과연 아이빠이오처럼 사랑을 할 수 있을까. 김구 선생님처럼 나라를 위해 일생을 받칠 수 있을까. 우리의 현실을 뚜렷하게 인식해야 될 것이다. 어린 시절에 경전처럼 읽고 또 읽은 ´백범일지´와 어른 되어 또 ´선월´을 읽은 후 김구 선생님을 연모하고 흠모하게 되었다.
미국 대참사로 긴장된 분위기에도 예전처럼 추석은 왔고 보름달은 떴다. 무거운 듯한 가벼운 사랑 이야기를 다시 한번 읽어봄으로써 조국을 생각하고 또 먼 이국 땅의 희생자들의 명복을 비는 마음을 전하고 싶어진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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