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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레바퀴 밑에서 |  | |
| 헤르만 헤세 : <수레바퀴 밑에서>
역자 : 강태정 / 출판사 : 일신서적출판사 / 출판일 : 1999/4/24 / 페이지수 : 236
<인생의 쳇바퀴를 도는 불쌍한 현대인>
내가 현재 얻고자 하는 것이 책이라면 그다지 웃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중학교 생활을 겪는 학생이라면, 아니 그것도 학교 교육에 무언가 비판이라든지 긍정적 옹호론이라든지 어떠한 뜻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학교라는 것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 보았으리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까지 책을 좋아하던 내가 책에서 멀어진 것도 바로 이 책이었다. 하지만, 책에서 멀어진 것이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을까 해서 부연 설명하지만, 이것은 책이라는 지면에서 단순히 얻는 것에서 멀어져 스스로가 정신 세계를 누릴 수 있다는 정신적 성숙을 의미함이다. 어찌하였던 간에 ˝독자적인 정신 세계를 누린다˝라고 말하면 왠지 성인다운 이미지이지만, ´수레바퀴 밑에서´는 학생의 이야기를 담은 소설이기에 그런 말은 할 수 없겠다.
인생과 속세의 쳇바퀴를 도는 한스 기벤라트...
얼마 전에 나의 벗으로부터 들은 이야기이다.
˝너는 광복절에도 공부했지? 안 봐도 다 알아. 너를 누군가에 비교하라면 한스 기벤라트일 거야.˝
이 말을 들었을 때는 얼핏 기분이 좋았다. 그 이유는 내가 아직 책의 앞 부분을 읽고 있었던지라 공부를 잘하는 기벤라트가 나의 뇌수에는 상당히 존경스러운 인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후 다시 이런 말을 들었다.
˝넌 역시 한스 기벤라트야. 쉬는 시간에도 공부하다니...˝
순간 나는 기분이 나빴다. 한스가 강물에 어이없이 빠져죽는다는 말까지 하니까...
어쨌든 한스라는 인물은 내 인생에 너무나 큰 획을 그은 것 같다. 그 아이의 이야기에는 내 인생이 그다지 큰 변화 없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공부의 쳇바퀴를 도는 나와 다를 게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는 공부는 못하는 편이 아니어서 멍청하지는 않다. 그래서 생각해낸 게 학교 공부 포기라는 의견이다.
이게 한스 기벤라트가 내 머리에 긋고 간 획일 수도 있다. 이리하여 내가 원하지 않지만, 한스가 그어놓은 획을 따라 자유로운 정신 세계를 누린다는 고차원적인 정신 세계를 위한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얼마 후, 그에 대한 저지를 받았다. 다름 아닌 선생님과 부모님...
˝너 여기서 포기하려고 그래? 이때까지 쌓아놓은 탑이 무너진다고 생각해 봐. 절대로 안돼. 공부하기나 해! 기껏 잘 먹여주었더니 그런 소리를 하다니... 들어가 공부나 하지 못하겠어?˝
얼마나 나의 뒤통수를 치는 설움이었나.
한스 기벤라트가 그어놓은 획을 부모님과 선생님께서는 지우려는 노력을 강조하신 것이다. 비록 이 책을 받아들이는 독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아래의 세 가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첫 번째는 한스에 감동하여 공부를 더 하는 사람, 두 번째는 한스를 비판하여 공부를 그만두는 사람, 세 번째는 한스에 멍청하게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람.
그 중에 나는 두 번째에 속한다. 중학교 2학년이 고차원적인 정신 세계를 추구하려 공부를 그만 둔다면 나를 적극 받아들이는 사람이 없고, 대신에 정신나간 불량 학생 취급을 할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이 세 가지 반응에서 미래를 위해서 첫 번째가 좋을 것이다. 나와 같이 한번 분 이 한스 회오리가 지워지지 못해서 폐색(閉塞)되어가는 사람보다는 더욱더 창창한 빛을 가지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사상이 불순한 탓에 이래라 저래라 독자들께 지시할 순 없을 것 같다. 다만 인생의 쳇바퀴를 도는 불쌍한 현대인들을 가엽게 생각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만은 강조해 보고 싶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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