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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토정이지함 |  | |
| 윤태현 : <토정 이지함>
출판사 : 식물추장 / 출판일 : 2002년 7월 31일 / 페이지수 : 330
<운명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미래를 엿볼 수 있다면>
힘든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친구들과 나는 점이나 보러 갈까 하는 생각을 한다. 특히 서른 즈음에 선 인생의 중요한 기로에서 많은 갈등을 한다. 한없이 불안해지고, 내가 내린 결정을 신뢰할 수 없을 때, 점을 보고싶다는 생각이 든다. 힘든 결정을 해야 할 때, 누가 어떻게 해야 할지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사람들이 운명 또는 사주를 믿는다. 결혼하기 전에 궁합을 보고, 나쁜 궁합을 이유로 헤어지기도 한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금술이 좋지 못하면 궁합이 나쁘다는 점장이의 말을 상기하며 갈라서기도 한다. 디지털을 부르짖는 주요 일간지에도 오늘의 운세가 있다. 오늘의 운세에서 다툼수가 있다고 하면, 하루 종일 조심하기도 한다. 도대체 우리의 삶에 이다지 큰 영향을 미치는 운세, 운세를 읽는 역학을 평생 연구하고 후세에 전파한 토정 선생은 어떤 사람일까? 이 궁금증으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토정비결˝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토정˝이 이지함의 호라는 것, 그러니까 토정비결의 창시자가 토정 이지함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나조차도 ˝토정 이지함˝이라는 책 제목을 처음 본 순간, 피부과 이름을 생각했으니까.
이 책은 토정 이지함의 생애를 씨줄로, 그가 살았던 시대, 한때 방영됐던 드라마 <여인 천하>로 세간의 관심이 많은 정난정의 시대적 배경을 날줄로 해서 쓴 역사소설이다. 역사적 배경이 인기 드라마였던 <여인 천하>와 동일한 시대라, 책장도 잘 넘어가고 재미있기도 했다.
토정은 어렸을 때부터 역학에 심취하여, 당대에 가장 유명한 역학인이 되었다 .많은 정치인들이 그를 찾아와 대윤과 소윤 중 어느 쪽이 권력을 쟁취하게 되는지 묻기도 하였고, 자식의 사주를 묻기도 하였다. 토정은 자신의 미래뿐만 아니라, 가족, 국가의 미래를 다 내다 보았다. 그는 임진왜란을 예상했으며, 400년 후의 6·25까지 내다보았다. 하지만, 미래를 읽을 수 있다고 해서 그 정보를 이용하지는 않았다. 그는 천기를 누설하는 경솔함을 범하지 않았으며, 운명을 이리저리 피하지 않고 의연하게 맞섰다.
사주를 볼 때, 생년 월일과 시가 필요하다. 태어난 시간에 따라서 사람의 운명이 달라지기도 한다고 한다. 흥미롭게도 이 소설에서 토정 이지함은 조카가 좋은 사주를 타고나도록, 분만 시간을 늦추도록 형수에게 탕약을 먹여 조카의 생시를 조정하기도 한다. 1시간만 늦게 태어나면 재상의 운수라고 가슴을 졸이면서....
하지만, 운명을 내다 볼 수 있다고 해서 불행을 피하고 행운만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지함은 큰아들의 죽음을 겪었으며, 처가집 식구들이 역적으로 몰려 능지처참을 당하는 것을 보았다. 알았지만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정말 사주에 따라 다른 운명을 갖고 태어난다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태어난 사람은 모두 똑 같은 삶을 살아갈까? 시대가 어려울수록 운세와 역학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높아져만 간다.
거리거리에 철학관이 생기고, 젊은이들이 가는 사주카페가 성업을 하고, 인터넷 사주 카페가 넘쳐난다. 서점에는 역학책이 넘쳐나고, 문화센터에는 역학 강좌들도 인기리에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가 하나의 상업이 되어 버린 것은 아닐까? 사람들이 운명을 대하는 자세가 가벼워진 것은 아닐까?
토정 이지함은 평생에 거쳐 학문으로서 역학을 연구했다. 미래를 점치고는 미래를 준비하고자 했다. 토정은 <토정가장결>이라는 서책을 남겨, 후손들이 그들에게 닥쳐올 재난을 극복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에게 있어서 역학이란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내일 미리 알기가 아니었고,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역학이 하나의 완연한 학문이라는, 재미거리가 아닌 연구의 대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인 천하>의 어지러운 시대적 배경이 주는 흥미로움과 함께, 한여름의 더위 속에서 운명의 의미를 돌이켜보게 한 책이었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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