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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2 |  | |
| 정영문 : <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2001년 7월 25일 / 쪽수 : 310
<차이 없애기를 위한 중얼거림>
<검은 이야기 사슬>, <나를 두둔하는 악마에 대한 불온한 이야기>의 작가 정영문(36)씨가 신작소설집 <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문학동네)을 출간했다. 이번 소설에서도 작가는 그 동안 일관되게 추구한 ´의미´와 ´무의미´, ´존재´와 ´비존재´의 문제를 우리에게 나누어 준다. 독자가 문제를 받든 받지 않든, 문제를 풀든 풀지 않든 그것이 작가에게 중요할까?
그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상식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서 끊임없이 의미와 무의미의 경계를 넘나들며 어떤 사회적 관계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그의 주인공들은 ´사랑은 너무나 그에겐 벅차서 자신에게 가할 수 있는 가장 끔찍한 일´(끝)이라고 생각하며, 그가 ´세상에 살면서 저지른 가장 끔직한 일은 자식을 만든´것(더없이 어렴풋한 일요일)이라 말하는 사람들이다.
관계에 대한 철저한 부정은 ´행위하지 않고 중얼거리기´로 그의 소설 속에 나타난다. 그러나 이러한 중얼거림은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게 생각하기´처럼 끊임없이 중얼거림으로 인해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중얼거림이다. 더 나아가 작가는 행위의 물적 원천인 신체에 대해 ´스태플러로 허벅지에 박음질을 하듯 박기도 하고´(자폐증), ´과도로 사과의 썩은 부분을 베어내듯 자신의 옆구리를 베어내기도´(후각상실) 한다.
그러나 행위하지 않고, 관계하지 않기 위한 최선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의 주인공들은 ´내가 어떤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게 신기해, 내가 차지하고 있는 그 공간에 구체적인 형태를 가진 다른 뭔가가 들어설 수 없다는 게´(불면증)라고 말하거나, 유언을 녹화하거나(무게 없는 부피)하며 죽어있는 상태처럼 존재하거나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기꺼이 준비한다.
그의 주인공들은 ´나는 아무런 차이도 만들지 않고 있었으며, 그런 것들에 대해서 어떤 놀라움도 없었다. 나는 그 곳에 더 이상 있을 필요가 없었다.´(배회)에서 나타나듯 사회적 구조 안에서 철저히 배제된 자들이다. 차이를 만들지 못하는 자(생산하지 못하는 자)는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어떤 자리도 차지할 수 없다. 인간은 없고 생산적 관계 속의 부속품이 되라고 요구당한다. 생산적 구조에 함몰되지 않으려는 인간의 무의식적인 의지는 결국 철저히 자신의 신체마저 부정하고 비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정영문이라는 작가의 소설이 다분히 정치적 함의를 가지고 있다고 얘기되는 이유이다. 그의 중얼거림에 따라가며 자신의 정체성을 독자가 찾길 바래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태까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느낌의 책읽기가 독자들에게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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