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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 |  | |
| 임석재 :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
출판사: 대원사(주) / 출판년월: 1999/10/30 / 쪽수: 384
우리 옛 건축의 자연미 속에 서양건축의 미래가 보인다
충남 개심사의 범종각과 체코 프라하의 프레드 앤 진저 빌딩. 두 건축물은 ´찌그러졌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개심사 범종각은 네 기둥이 모두 휜 나무 그대로다. 미국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작품인 프레드 앤 진저 빌딩도 한쪽 벽면이 깡통을 찌그러뜨린 듯한 모양이다.
기존의 정형에 반대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둘 사이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한국의 범종각 기둥은, 실제로 휜 나무가 훨씬 더 많은 자연의 질서를 순순히 받아들인 반면 프레드 앤 진저 빌딩은 기존 양식을 해체하는 방법 하나로 외벽을 구부러뜨렸다. 한국 고건축의 파격이 ´긍정´이라면, 서양 현대 건축의 파격은 ´부정´에서 비롯된 셈이다. 서양 건축사가 전공인 이화여대 임석재 교수가 최근 펴낸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만남´(대원사간)은 300여 컷의 건축물 사진을 통해 우리 옛 건축과 서양 건축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흥미롭게 비교해 보여준다.
그러나 굳이 동·서양 건축의 우열을 따지지는 않는다. 대신 ´무엇이 어떻게 다르고, 왜 다르게 됐는가´를 설명한다. 게임의 룰을 이렇게 잡으면, 그 동안 우리 스스로 폄하했던 우리 옛 건축의 ´왜소함´ ´불충분한 프라이버시 보호´ ´비견고성´ 등에 더 이상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어진다. 비교 대상은 ´지붕과 처마´ ´나무와 기둥´ ´돌과 담´ ´문과 상징´ ´남향과 방위´ ´인체와 척도´ ´계단과 축´ 등 18가지 소주제. 저자가 10여 년간 발로 뛰어 모은 사례들은 우리 옛 건축 답사 안내 자료로서도 손색이 없다.
한국 고건축과 서양 건축을 갈라놓는 가장 중요한 차이는 자연과의 관계. 우리 옛 건축은 범종각에서 보듯 자연을 따른다. 그러나 서양에서는 신이 창조한 자연과 대비되는, ´인간이 만드는 완벽한 체계´를 건축으로 보았다. 따라서 우리 옛 건축물에선 완벽한 원이나 직선, 대칭이 거의 안보이지만 서양 건축은 이것이 기본이다. 한국의 절은 산길 따라 일주문 천왕문 해탈문을 거쳐 가다보면 어느새 산 입구에선 보이지도 않던 대웅전 앞에 이른다. 그러나 고딕 성당은 멀리서도 한눈에 보이는 하늘을 찌를 듯한 높이의 첨탑으로 사람을 압도한다.
한국의 사찰은 부석사처럼 마당에 반사된 빛이 무량수전 벽을 처마 밑까지 은은하게 밝히지만, 서양 교회에서는 꼭대기 돔을 통해 들어온 빛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식이다. 관촉사 미륵전은 불상이 모셔져 있지 않다. 대신 미륵전 건물 뒷 편에 서있는 거대한 미륵불을 미륵전 안에서도 볼 수 있도록 건물 뒤쪽 벽을 뚫어 창을 냈다. 건물 밖의 미륵불을 건물 안으로 끌어들인, 기막힌 임기응변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철저히 계획되고 계산된 서양건축이 20세기 들어 한계에 봉착했고,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동양건축이었다는 점. 르 코르뷔지에가 우리의 처마에 해당하는 차양(선-브레이커)을 처음 서양건축에 도입하고, 미국 건축가 라이트가 일본 전통건축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이 좋은 예다.
결국 서양은 우리 옛 건축의 좋은 점을 닮으려 하는데 우리는 거꾸로 서양만 바라보고 있는 셈. 이 점이 서양건축사를 전공한 저자가 우리 옛 건축과 서양건축을 비교하는 책을 낸 이유다. 저자는 ˝지금 이 순간 소수서원을 잘 들여다보면 몇십년 후에 서양의 새로운 가치관이라고 호들갑 떨며 받아들일 것이 다 들어 있다˝며 우선 우리 옛 건축을 직접 답사하고 즐겨보라고 권한다.
(신문사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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