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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동네에서 생긴 일 |  | |
| 정규웅 : <글동네에서 생긴 일>
출판사 : 문학세계사 / 출판일 : 1999/11/25 / 쪽수 : 304
<그래도 황금시대였으나, 그때는>
80년대 말 중앙일보 문화부. 블라인드가 쳐진 창을 뒤로 하고서 기자 기형도는 서평을 쓰고 있었다. 그의 문화부 후배로는 당시 방송담당이었던 박해현-지금은 조선일보로 옮겨 문화부에 있다가 특파원이 되어 프랑스로 떠난-이 있었고, 그리고 당시 문화부장으로 그에게 시와 출판을 맡긴 이, 그가 바로 이 책의 저자 정규웅이었다.
기형도 추모집 <사랑을 ?怜?나는 쓰네>에서 엿본 이 일화(逸話)는 사실 <글동네에서 생긴 일>과는 거의 관련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 씌어진 1960년대 문인들을 주축으로 한 문단의 뒷 얘기는 이제 별로 관심이 없다. 이미 이 책 저 책서 주섬이며 흘려들었던 이야기들이기에 좀 식상하기까지 하다.
1920년대에서 50년대 초반까지 문단 이야기를 보려면 <한국문단이면사>를 보면 되고 50년대 전반(全般)을 아우르는 글동네의 시시콜콜한 저간의 사정을 알자면 고은의 <1950년대>나 이봉구의 <명동시대>를 보면 된다는 식으로, 나의 머릿속에는 사실 글쟁이들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작품들보다는 그들이 황음난무(荒淫亂舞)하며 벌였던 기행(奇行)과 고행(苦行)들에 관련된 이야기들이 빼곡이 들어앉아 있다.
그래도 어찌할 수 없이 책에 손이 가는 건 내 의지 밖의 일이다. 머리 따로 손 따로 노는 세 발 짐승의 강퍅스런 외고집이여. 어느 서평대로 이 책은 술자리 한담(閑談)이나 프라이버시 성 뒷얘기만을 담은 문단 야사를 훨씬 뛰어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자칭 타칭 대가급이 되어버린, 그리하여 주변 이야기조차 케케묵은 사(死)문서화한 그들의 이야기보다는 차라리 술자리 한담 정도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좀 내 세대와 가까운 젊은 문인들의 쌩쌩한 이야기들을 듣고 싶다.
그럼에도 이 글을 읽고 부러운 게 있다면 그 당시 젊은 문인들이 온몸에 자전차 체인처럼 칭칭 감고 다니던 호기로움과 패기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처럼 거리낌없이 당당하게 행동하도록 하였는가 라는 우문(愚問)에 저자는 수많은 일화들 속에 그것은 바로 ´문학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라는 해답을 숨겨 놓고 있다. 비평가 눈치나 보며 언론 플레이만 일삼는 젊은 문인들이 뼛속깊이 새겨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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