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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들레에르 |  | |
| 김붕구 : <보들레에르>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1977/2/1 / 쪽수 : 468
이 책은 예과 2학년 때 구하여 읽어 본 책이다. 고 김붕구 선생님은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원으로 재직하시다가 정년 퇴임하셨다. 그리고 1991년 지병으로 운명하셨다. 예과 2 학년 여름방학에 이 책을 사서 며칠만에 다 읽고 김붕구 선생님을 찾아갔었다. 그런데 물으셨다. 그래 내용이 무엇이냐고? 그래서 창조적 자아, 사회적 자아 이런 내용이 감명 깊었고, 보들레에르의 직업정신이 기억에 남는다고 하였다.
그런데 답은 ˝기사도 정신이야˝였다. 보들레에르가 프랑스의 시인으로서 그 시대에 일종의 폐인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의 기사도 정신을 지키는 모습은 가슴이 매우 아프다. 보들레에르의 병세를 분석하여 보면 아마도 신경매독이 아닌가 한다. 물론 정확히 병명이 나와있지는 않으나 고통스럽게 죽어가면서 시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여인에 대한 기사도 정신을 잃지 않고 지키는 모습은 지금도 생생하게 남는다.
그런데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에 대한 평전이 도대체 우리에게 무엇을 뜻한단 말인가? 김붕구 선생님은 육이오사변 때 인민군에 끌려가다가 겨우 탈출하였고, 말라리아, 장티프스에 걸려 죽을 고생을 하였다. 그 젊은 시절의 고통은 지울 수 없었는데, 당시 보들레에르의 시는 그의 생을 붙잡을 수 있는 힘을 주었다고 한다. 그런데 젊어서 고통을 당하는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본 것인지 모르겠다. 일종의 동일시라고 할까? 그 후 가끔 김붕구 선생님을 뵙고 서울대병원에 입원 시 그리고 퇴원시 가끔 인사를 드렸다. 이제 대부분의 사람의 기억에 사라진 옛 스승의 모습을 보들레이르를 통하여 다시 뵐 수 있다는 것이 행복이다.
보들레에르와 같은 노작 또는 역작을 요즘 다시 대하기가 매우 힘들다. 프랑스 사람들도 극찬한 김붕구 선생님의 보들레에르 연구의 일면을 예과 때 접할 수 있었던 것이 또한 큰 행복이다. 새로운 세대의 새내기가 과연 이런 책을 읽고 이해할 수 있을까? 김붕구 선생님이 어떻게 의예과 학생이 그런 책을 이해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시던 모습이 다시 나에게도 나타나니 기우일까? 누가 이 책을 읽고 느끼는 점이 무엇인지 같이 대화할 수 있다면 선생으로서 더 할 나위 없이 기쁠 것이다.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다시 예과로 돌아가 보들레에르를 밤새워 읽던 그 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사고를 자유롭게 하고 상상의 날개를 끝없이 펼치면 보들레에르의 ˝ Les fleurs du mal˝을 읽던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이런 생각만 하여도 벅찰 뿐이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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