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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  | |
| 무라카미 하루키 :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
역자 : 김유곤 / 출판사 : 문학사상사 / 출판일 : 2000/8/1 / 쪽수 : 256
<기대되는, 그러나 한편으로 두려운 변화>
책을 펼쳐드는 순간, 가장 먼저 찾아온 감정은 꺼끌한 이질감이었다. 기존의 하루키와는 어딘가 다른, 허공에 붕 뜬 상실의 노래가 아닌, 무언가를 호소하려는 듯이 다가오는 거칠거칠한 느낌. 비록 완전히 무르익은 하루키의 문체 속에 묻혀 쉽게 드러나진 않지만 이 책의 대부분을 지배하는 것은 이런 이질감이다.
마치 그런 이질감을 표면화하려는 듯 책의 앞과 뒤에는 부지런히 ´하루키의 현실 참여´,´하루키의 변화´라는 선전 문구가 나열되어 있다. 그렇다. 그는 변화하려 하고 있다. 언제나 한발 물러선 위치에서 먼 시선으로 평면적인 아픔을 그려내던 그가 사소한 행복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조차 여태 모르고 있었다는 그가 시선을 좀더 낮추어 더욱 공감각적이고 쓰디쓴 화제를 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책 전체의 내용은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추어 볼 때 그다지 색다른 것은 없다. 아내가 달아난 젊은 남자(쿠시로에 내린 UFO)는 태엽 감는 새의 오카다 도루와 흡사하고, 가정에서 안식을 얻지 못하고 죽음을 꿈꾸며 방황하는 소녀(다리미가 있는 풍경)는 기존의 하루키 히로인들 그 자체이다. 도쿄를 구했지만 자신은 구하지 못한 개구리군은 어딘가 양사나이를 닮았다. 이렇게 과거와 오버랩되는 이 6편의 연작 소설들은, 고베 지진이라는 공통된 주제와 이질감이라는 점을 밑에 깔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작품들과 미묘하게 빛깔이 다르다.
특히 이 책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작품은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는 단편 ´벌꿀파이´로, 하루키는 이 소설에서 확연하게 그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마치 하루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는 듯한 소설가 쥰페이는 마지막에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는 소설을 쓰겠다고 다짐하면서 이야기를 접는다. 이것은 등장인물의 입을 빈 하루키의 마니페스토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표제작인 ´신의 아이들은 모두 춤춘다´에서도 엿보이는데, 종교를 비롯한 모든 가치를 부정하던 그가 마지막에 ´신이여´라는 한마디로 소설을 매김하는 모습은 가벼운 충격마저 준다. 이러한 모습들은 모두 이전의 그에게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던 움직임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그는 그동안 무엇을 보았던 것인가. 옴진리교 사건과 고베 지진이라는 연달아 일어난 대 사건 속에서 몇십 년 동안 현실과 거리를 두고 있던 이 작가의 심중에서 어떤 움직임이 일어났던 것인가. 그의 내면의 변화는 앞으로 또 어떤 움직임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인가. 과연 그의 와타나베는 손 끝을 맴돌던 반딧불의 빛을 끌어쥐고 쥰페이로 거듭날 수 있을까.
태엽감는 새를 통해 예고되었던 그의 변화는 이 연작 소설집을 통해 뚜렷하게 선언된 듯 하다.언제나 독자를 실망시키지 않는 그이니만큼 추후의 움직임이 기대되는 바이지만,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노골화된 변화로 급진전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는 우려도 곁든다. 그에게는 지워질 수 없는 무게의 나름의 모습이 있음을 잊지 말아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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