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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야행(중) |  | |
| 히가시노 게이고 : <백야행>(중)
역자 : 정태원 / 출판사 : 태동출판사 / 출판일 : 2000/11/1 / 쪽수 : 280
이상한 러브스토리...그러나 세상에는 이런 사랑도 있다.
유키오는 료지의 희생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오히려 그녀는 자신의 인생에 방해가 되는 인물을 응징하거나 제거하기 위해 료지에게 늘 암시적인 말투로 명령을 전한다. 가령, ˝엄마가 날 때렸어. 차라리 세상의 모든 엄마들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어.˝, ˝친구란 좋다가도 싫은 것이야.˝ 따위. 어린 나이의 여자아이가 흔히 할 수도 있는 말이지만, 그러나 그녀의 진실이 함유된 암시적 발언 다음에는 료지의 잔인한 결심이 뒤따르기 마련.
˝저 태양은 거짓이야. 눈을 뜨고 있어도 난 아무것도 볼 수 없어. 대낮에 떠돌아다니는 영혼의 별…… 그게 나야.˝
료지는 자신의 심정을 이렇게 토로하지만,
˝넌 미친 사랑을 시작한 거야. 하지만 그걸 내게 소리내어 말해선 안 돼. 어둠이 어둠처럼 보일 때까지…˝
유키오는 오로지 자신의 이기를 앞세워 그의 계속된 희생을 강요한다.
세월이 흘러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삶을 살아간다. 그래도 이 두 사람의 이상하고 수상쩍은 관계는 고스란히 유지된다. 그러나 이들의 묘한 관계 역시 점점 좁혀진 형사들의 수사망에 의해 종국으로 치닫고, 결국 료지의 자살로서 모든 것이 매듭된다. 오랫동안 사건을 추적했던 형사들은 모든 미궁사건의 범인이 료지였음을 밝혀낸다.
료지는 유키오가 연관되었음을 감추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가 자신의 목숨을 끓기 위해 사용한 것은 가위. 그가 자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유키오는 형사들이 달려오는 것을 보곤 모른 척 료지의 곁을 지나친다.
´백야행(白夜行)´은 끊임없는 의문과 역설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로맨틱 미스터리 소설. 그러나 외양이 그렇다는 것일 뿐 좀더 내밀하게 속살을 들여다보면 도무지 이 소설이 어떤 소설인가라는 점에 대해 좀처럼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마치 카멜레온의 색은 이렇다라고 단정지을 수 없듯이 이 소설 역시 카멜레온을 닮았다.
소설의 빛깔은 때론 그 소설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여 고집스레 이 소설의 빛깔을 말한다면, 그야말로 ´하얀 것´. 하얀 옷, 하얀 벽, 하얀 차, 하얀 바지, 하얀 카드, 하얀 치아, 하얀 슈트, 하얀 전화, 하얀 손수건, 심지어는 하얀 몸까지. 그러나 ´하얀 것´에도 그 층이 여러 겹이라는 걸 이 소설은 간단히 일깨운다. 숱한 ´하얀 것´들이 제각기 다른 층의 속성을 드러내며 왠지 사람의 기분을 우울하게 만든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빛의 속성은 거부당함으로써 제 빛깔을 여실히 드러내는 법. ´하얀 어둠 속을 걷는다´는 자체가 빛의 속성－역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 일인 것은 분명하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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