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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피의 세계 |  | |
| 요슈타인 가아더 : <소피의 세계>
역자 : 장영은 / 출판사 : 현암사 / 출판일 : 1994/12./1 / 쪽수 : 238
<소설로 읽는 철학사>
내 존재의 확실성은 어디에 있을까. 과연 ´오금화´라는 이름을 가진 사내가 과연 나일까? 그리고 내가 보고 있는 책상 위에 있는 컴퓨터가 정말로 존재할까? 이 모든 것이 감각이 빚어내는 허구가 아닐까? 중고등학교 때 가졌던 의문이 다시 새롭다. 그때 여기저기에서 주어 듣고 읽어보며 가졌던 철학적 호기심을 떠올라 <소피의 세계>를 읽으면서 나도 조금은 철학적 소질이 있었구나 하고는 미소짓게 한다. 그러한 질문을 하게된 데에는 장자를 읽은 덕이 컸었다. 당시 호접몽 이야기에 어떻게 대답을 내려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생각에 잠겼던 기억이 난다. 그때 만약 <소피의 세계>라는 철학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아마도 그 의문을 좀더 깊이 천착할 수 있었을 것 같다.
나에게 있어서 호접몽은 개인 존재의 확실성에 대한 의문이었으나, 대학에 들어와서 철학입문서적을 읽고서 서구 경험론의 선구자들은 이것을 인식 전반에 대한 의문으로 발전시켰으며 근대과학의 태동과 함께 인과론에 대한 철학적 질문으로까지 나아가게 된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칸트에 관해 읽으며 인식의 형식인 범주라는 개념의 도입에 의해 인식의 한계가 보다 명확해지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라워했던가?
사실 대학에서는 마르크스로부터 철학을 시작했다. 그래서 당연하게 호접몽을 변증법적 유물론식으로 풀어내었다. <소피의 세계>에는 마르크스를 다루며 인식론은 거의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존재의 확실성이나 인과론의 의문은 실천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해소된다는 것이다. 즉 ´내가 장자 꿈을 꾸고있는 나비이든 나비 꿈을 꾼 장자이든´ 관계없이 지금 세계에 작용하고 현실을 변혁하는 주체로서의 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실천의 입장에서 볼 때 현재가 중요하지 내가 나비이든 장자이든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프랑스 철학을 조금 공부하며 주체에 관한 철학에서는 호접몽이 해소될 수 없음을 알게되었다.
<소피의 세계>는 바로 호접몽 이야기이다. 내가 장자인지 나비인지 모를 뿐만 아니라 내가 바로 그러한 고민을 하는 이야기 속의 인물인지도 모른다고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호접몽 속의 14세 꼬마 소녀는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기´인 철학의 역사를 여행한다. 호접몽이 바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하는 안경이다. 그 안경을 쓰고 관찰하는 철학사는 현실과 유리된 관념의 장난이 아닌 현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천착이 산물이다,
<소피의 세계>에서 굳이 아쉬운 점을 찾는다면 인식론 문제를 소설 전체의 이야기 구조로 엮어내고 있는 것처럼, 다른 철학주제도 나레이션이 아닌 이야기 자체로 풀어냈으면 좋았을 듯싶다. 그리고 철학사가 20세기초로 끝나고 있어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바로 우리의 현실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우리시대의 철학적 성과인 분석철학이나 구조주의 등에 대한 소개가 없다는 점도 그렇다. (교보문고 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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