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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  | |
| 이문열 :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
출판사 : 자유문학사 / 출판일 : 1988/11/1 / 쪽수 : 298
<맹목적인 사랑, 추락하는 사람>
바쁜 시기에 잠깐 시간은 내어 읽은 것이었기 때문에 솔직히 자세한 내용을 떠올리기란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여태껏 내 기억 속에는 아주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그래서 그 책의 내용을 떠올리기 위해 며칠 전 그 책을 손에 들게 되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임형빈과 서윤주.
먼저 사랑의 불을 당긴 건 임형빈이었다. 우연히 서윤주의 지나가는 모습에서 그는 먼저 큐피트의 화살을 맞은 듯 사랑에 빠졌다. 이런 사랑이 파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운명을 가져오리라는 것을 상상하지 못한 채.
그런데 여기서 더 유의하며 지켜보야 할 인물은 서윤주임에 틀림없다. 그녀와 난 스무 살이라는 공통점 외엔 같은 점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부모의 죽음, 언니와 흑인과의 결혼, 방황의 시간, 자신을 지켜오기 위한 도덕성을 넘어선 서슴없는 행동, 그리고 미국을 향한 동경. 지극히 평범하디 평범한 가정에서 자라온 나와 그녀는 너무나도 달랐다.
그런 그녀에게 어울리는 사람은 임형빈이었고, 만나지 말아야 했던 사람조차 임형빈이었다. 그 둘은 사랑하는 사이임엔 분명했다. 하지만 서윤주의 자유분방함은 임형빈의 사랑으론 부족했다. 스물한 살의 동거생활, 사랑으로 시작했지만 현실은 냉혹했다. 더구나 임형빈에 대한 고시 패스에의 아버지에 대한 열망은 그들을 갈라서게 했다. 서윤주는 미국으로 떠났고 임형빈은 결혼이라는 두 갈래 삶을 걷게 했지만 그들의 사랑은 대한민국이 아닌 미국이라는 공간에서 다시 재회시켜 주었다.
10년이 지나도 서로를 허겁지겁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그들. 하지만 이러한 두 번째 만남이 결혼으로 이어지긴 했지만 행복으로까지 이어질 순 없었다. 냉혹한 현실 그리고 어쩌면 사이코에 가까운 서윤주의 돌출 행동, 그런 그녀를 가지고 싶은 마음에 죽음이라는 방법까지 동경했던 임형빈.
서윤주는 죽음을 두려워했지만 결국 그것을 받아들이며 임형빈의 손에서 죽게된다. 하지만 그녀는 평온했다. 오히려 같이 추락해버린 남자 임형빈을 안타까워 할 뿐이었다.
과연 죽음이라는 세상에서 가장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현실에 길들여진 나로선 솔직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추락해버린 그들을 그저 냉혹하고 어쩌면 동정어린 눈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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