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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  | |
| 하이타니 겐지로 :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
역자 : 햇살과나무꾼 / 출판사 : 내일을여는책 / 출판일 : 1995. 12. 1 / 쪽수 : 270
<파리소년과 어린왕자>
소년과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들은 대체로 착한 선생님이 나쁜 학생을 교화한다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실제로 다이호우잉의 역작 ´사람아, 아 사람아´에서도 사회의 발전에 의해 고통받고 비뚤어진 아이들을 하나씩 사랑으로 교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면 이 소설은 ´사람아, 아, 사람아´와 그렇게 틀린 사회배경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다. 사회환경과 발전, 억압 등의 여러 가지 이유에서 소외 받는 아이들을 그렸다는 점에서 이 두 책은 유사하다.
그러나 나는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과연 ´어린왕자´와 비슷하지 않은가라고도 생각한다. 뭐, 파리소년과 어린왕자를 반드시 비교 못할 것도 아니라고 한다면 그 둘은 어쩌면 그렇게 닮아있는 것일까. 파리소년과 어린왕자는 기본적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 둘에게 가장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적과 친구이다. 단순히 사랑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그 명쾌하고 단순한 전의가 또한 파리소년에게도 존재한다.
분명하게 기억해야 할 것은 다이 호우잉에게 부정되고 있는 ´적의´의 감정이 파리소년과 어린왕자에게는 지켜야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본의 80년대. 쓰레기 처리장의 아이들에게 처리장은 혹성과도 유사하다. 존재하는 것이라고는 쓰레기와, 경멸과, 어쩔 수 없이 어른이 되는 단계들. 쓰레기 처리장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사회에서 소외 받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다.
몇몇 호의적인 선생님들한테는 어리광도 부리지만, 그들은 이미 적과 동지를 구분한다. 때로 위기는 판단의 근거가 되기도 한다. 그들은 위기를 판단의 근거로 삼아야만 했다. 살아남는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이다. 선생님들은 그들에 대해 조금씩 이해한다. 그들이 살아나가는 방식은 소외되는 것들을 배제해나가는 과정이다. 아마도 우리의 파리소년에게는 배제의 과정이 끝나고 남은 것이 바로 파리였나 보다. 물론 이것이 의식적인 배제는 아니겠지만..이를테면 나는 파리소년이 ´왜 파리를 장미로 삼아야만 했는가´에 주목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바로 ´파리=장미´의 공식이 이해되는 과정이 선생님들에게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러한 공식이 이해되지 않는 사람들에게 존재한다.
´나는 선생님이 좋아요´는 반드시 사회소설이라고는 할 수 없다. 적은 별로 분명하지 않으며, 단순히 쓰레기장의 환경문제를 그냥 두고 보고 있는 관청이나, 그들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그들의 적이라고 쉽게 판단할 수 있을 것인가. ´어린왕자´가 사회소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나 어린왕자의 기저에는 비슷한 색깔로 자라는 적들을 구별해낼 수 있는 선명함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그는 그의 세계를 지키는 것으로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세계를 지킨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다.
파리소년에게도 이와 마찬가지의 도식이 존재한다. 분명하게 보이지 않는 적들이라면 먼저 지켜야 할 것, 살아남아야 할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파리소년은 파악하고 있다. 파리소년의 할아버지는 분명히 말한다.
´싸우는 것은 반드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싸워야만 한다면 끝까지 싸우는 것이야말로 중요한 것이다.´
이러한 기본 전제는 분명히 싸워야만 할 것이 존재함에도 쉽게 굴복하고 마는 현대인에 대한 경종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 그 말은 파리가 장미라는 동정이 얼마나 필요없는 것인가를 내포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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