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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십대들 |  | |
| 이유리 : <십대들>
출판사 : 상상미디어 / 출판일 : 1999. 12. 15 / 쪽수 : 276
<500원 짜리 동전에 담긴 의미>
정말 오랜만에 읽은 소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의 문을 너무나도 쉽게 열어버린 소설이다. 같은 공감대를 느끼고 싶어 친구들에게 이 책을 빌려주었다. 하지만 친구들한테서 돌아온 말은 동성애 얘기냐? 책이 산만해서 무슨 얘긴지 모르겠다는 말들뿐이었다.
하지만, 난 이들의 사랑과 우정, 이들의 짧은 만남을 동성애라는 하나의 인식으로 치부해 버리고 싶지 않다. 사람들이 갖고 있는 동성애라는 색안경으로 끼고 본 시선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더욱이 동성애를 들어내기 위하여 제이제이와 웜의 관계를 끌어갔던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제이제이. 너무나도 나와 닮은 꼴인 그 아이. 나에게 나의 모습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이 아이를 보면서 나는 마음놓고 울 수밖에 없었다.
추락하는 그를 보며, 다시 올라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그를 보며..세상이 자신을 돌아봐 주기를 너무 바라지만 세상은 그에게 하나의 색안경으로 한꺼플 씌워 그를 본다. 그리고 돌아오는 것들은 차가운 시선과 이기주의적인 말들뿐.
그리고 그가 만난 친구 웜과 세에. 제이제이는 웜에게서 어떤 안식처 같은 것을 느꼈는지 모른다. 내가 쉴 수 있는 곳, 나에게 돌팔매질을 하지 않을 세상의 유일한 나의 안식처, 세이, 그를 미워 할 수 없다. 그에게서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 날 수 없는 거미줄에 묶인 약한 먹이의 모습으로 제이제이는 그 그늘에서 벗어나고 싶어했지만 벗어날 수 없었다.
그 500원 짜리 동전의 의미. 그것이 나에게 가장 큰 아픔으로 다가왔다. 그래, 이 동전을 놔버리면, 이 동전이 떨어지게 되면. 제이제이와 500원 짜리 동전이 같은 축으로 이어지면서 더욱 제이제이의 절박한 상황과 그의 끊어질 듯 세상에 기대있는 지금 그의 모습이 더욱 절절하게 나에게 들어왔다. 섬세한 작가의 묘사와 마음의 끈을 놓지 못하게 붙잡아 매는 이유리님의 표현에 나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난 그냥 이 소설의 흐름을 타고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그 상황을 그냥 모두 다 지켜보는 구경꾼처럼 그렇게 그 3사람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거기 서 있는 나를 느꼈다. 위태롭게 제이제이의 모습을 하고 서 있는 나도 500원 짜리 동전처럼 느껴졌다. 500원 짜리 동전이 나에게 의미하는 건 뭘까 ?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한 세상, 아직도 나를 붙들고 있는 이 알 수 없는 하지만 강한 끈, 벗어 날 수 없는 선.
그들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나는 그냥 감정이 가는 대로 그들의 생활에 눈물짓고 기뻐하며,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나에게 나를 알려준,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을 알려준 소설이었던 것 같다. 내 존재를 못 찾고 방황했던 많은 시간을 모두 잊어버리게 해준 소설을 읽는 동안 난 나를 찾아갔다. 이미 난 거기에 서 있었고 제이제이의 모습으로 세상을 헤쳐나갈,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이 소설을 쓰신 이유리님에게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그 동안 방황했던 그리고 많은 의문으로 남아있던 나를 찾게 해 준 이 소설을 쓰심에 너무나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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