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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픽션들 |  | |
|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 <픽션들>
역자 : 황병하 /출판사 : 민음사 / 출판일 : 1994. 9. 1 / 쪽수 : 298
<환상적인 세계의 창조와 그 현실 세계와의 경계의 해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는 이 책을 포함한 몇 권의 책들로 어느 평론가의 말처럼 20세기를 창조해냈다. 보르헤스가 생각했던 모든 것들은 지금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 속에서 더욱 더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보르헤스가 가졌던 시간과 공간, 가상현실에 대한 관념들은 이 작품 <픽션들>에서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특히 단편 ´원형의 폐허´에 말이다.
단편 ´원형의 폐허´는 보르헤스가 가지고 있었던 대부분의 사고들을 포괄하는 작품이다. 이 짧은 단편 속에는 보르헤스의 시간에 대한 관념, 공간에 대한 지각, 가상 현실에 대한 견해가 모두 들어있다. 그의 치밀하고도 완벽한 소설적 구성과 함께 말이다.
´원형의 폐허´의 기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도인´으로 설정된 인물은 자기의 관념 속에서 한명의 소년을 만들어내고자 한다. 다시 말해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 내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도인은 많은 노력을 기울여 정말 자신의 충실한 한 명의 소년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나서는 그 소년을 교육시킨다. 교육을 마친 도인은 소년을 남쪽에 있는 사원으로 보내게 되는 데, 어느 날 그 소년이 불에 들어가서도 타지 않는다는 말을 전해듣게 된다. 그런데 어느 날 도인 자신도 불 속에 들어가도 뜨거움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결국 도인은 자기 자신도 누군가의 꿈 속에서 만들어진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렇게 이야기는 끝이 난다.
과연 보르헤스가 위와 같은 이야기를 통해서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한 사람에 의해서 행해진 가상 현실의 창조와 결국에는 그 가상 현실이라는 것이 직접 현실로 침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현실로 믿고 있었던 도인이 속한 세계마저 결국에는 다른 사람의 꿈 속의 세계인 것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도 결국은 허구적인 세계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보르헤스는 이 짧은 단편을 통해서 우리에게 던지고 있는 것이다.
보르헤스는 불교사상을 자신의 작품세계에 많이 원용했다고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그 불교사상 중에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 즉, 이 세상 자체는 다른 차원의 세계에서 꿈을 꾸고 있는 마야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이 있다. 또 장자의 나비 꿈을 설명하면서 과연 장자 즉 내가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자신의 꿈을 꾼 것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다는 것을 인용하기도 했다.
정말 현실 같은 꿈의 세계 즉 가상현실의 세계를 보르헤스는 인터넷이 나오기도 전에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보르헤스가 만들어낸 세계는 가상의 세계이면서도 현실과 긴밀히 닿아 있고 또 언제라도 현실로 침투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런 세계이다. 이러한 생각들로 보르헤스는 20세기 나아가 21세기를 창조했다고 할 수 있다.
영화 에서 보여주는 기계에 의해서 통제되고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세계를 정말 현실세계라고 믿는 사람들은 이미 보르헤스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말해진 것들이다. 이처럼 보르헤스는 그의 자유로운 상상력과 인간 근원 즉, 생명의 근원에 대한 사고를 통해서 자신만이 가지는 또 하나의 세계를 창조해 내었다. 이러한 사고들을 우리는 그의 작품집 <픽션들>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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