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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월든 |  | |
| 헨리 데이빗 소로우 : <월든>
역자 : 강승영 / 출판사 : 이레 / 출판일 : 1993. 5. 1 / 쪽수 : 382
<인생의 우회로에서>
지쳐 쓰러질 듯 멀게 돌아가는 생의 우회로에서 혼절하고 마는 인간의 나약함은, 자신의 현존재가 신이 주신 기회라는 보고에 닿아있음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인지도 모른다. 자신을 가로막고 선 저 깊은 호수, 그곳에서 숨가쁜 현대의 속도를 늦추고서 수면에다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도 보고, 찌든 내장의 곱을 말끔하게 씻어버리고도 싶은 것이다. 이 고즈넉한 호수의 이름이 바로 월든이다.
소로우 자신이 격한 사회의 소용돌이에서 훌쩍 뛰쳐나와 자신과 사회와 역사를 성찰한 이곳은 19세기의 미국만이 아닌 20세기를 예언하는 반사경과도 같았다. 또 그의 사상의 항구적 생명력은 바로 그가 인생의 우회로를 걸어가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 현대의 잿빛 문명에서 초록의 자연은 먼 동경과도 같은 그리운 것이며 대낮의 나른한 꿈에서나 봄직한 곳이기도 한다.
그래서 작가의 독특하고 세밀한 자연의 묘사는 독자들에게 작품을 읽은 후 자연의 초록을 잔뜩 옷에다 적시고서 현재로 돌아오게 해주며 각자의 몸에서 피어오르는 정겨운 솔향이 삶을 고양시키는 기분을 만끽하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은자의 삶이란 것이 동양인이라면 누구나 상상했을 법한 소재이며, 이러한 도교적 이미지 외에도 불가의 세속을 떠난 구도자의 길도 엿볼 수 있었다. 자연을 통해 인지하는 삶의 원초적이고 근원적인 미지의 힘과 우주의 역사는 인류가 공감하는 동일한 감성일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월든이 가지는 커다란 의미이다.
작가는 사회의 중심에서 벗어나서 그리고 자연에서는 궁극적으로 인간이란 굴레에서까지 벗어나 외부세계와 그 구성원을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외부의 세계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을 독자들에게 제시하고 숲 속에서 울리는 메아리처럼 진리의 음성을 뿜어대기도 한다. 에머슨의 ´초절주의´의 영향을 받은 소로우는 따라서 동양적인 사상과 종교에 대단한 천착을 보였고, 그가 사회를 등지고 떠날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사상의 행동적 실천이며, 그의 정신은 자연과 벗하는 가운데 인간의 본질적인 부분에까지 다다르게 된 것이다. 그의 자의적인 ´거리를 둠´은 헤겔의 소외이론에서처럼 인간의 인식과 본질에 이르는 발전의 도상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다.
˝진정한 은자는 자신을 잃어버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참된 자신을 찾기 위해서 황야로 간다˝는 칼릴 지브란의 시에서처럼 작가는 문명의 거센 달음박질을 치는 기관차에서 내려 한적한 시골의 흙길을 걸으면서 비로소 기차의 전경을 보게 되고, 그 속의 승객들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는 집단에 혹은 제도에 매몰되는 개인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서 그 내면인 생명의 소리에 귀기울이며, 나아가 자연과의 조화로운 생의 영위에 대하여 사색하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삶의 도정에서 단지 1센티의 일탈을 감행할 용기를 지닌 자라면 그는 세계와 생을 바라볼 준비를 마친 자이다. 월든을 읽는 동안의 시간은 우리의 생에 있어서 우회로를 걸어가는 지리한 시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여유작작한 속도에서만 외부 세계외 생을 올바로 되짚어 볼 수 있는 것이다. 세계의 이해와 인간의 이해의 문제에서 그 출발은 항상 생의 가치를 바로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삶이 멈추어 선 곳, 월든에서처럼, 그곳에 더욱 진한 삶이 배어있고, 더디게 흐르는 시간이 불안으로 엄습하여도 그때가 본질을 비로소 꿰뚫고서 목적에 도달하는 가장 빠르고 역동적인 행위임을 자각하고서, 오늘 자신의 생의 무료함을 본질을 향한 긍정의 내밀함으로 변화시켜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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