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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아노 치는 여자 |  | |
| 엘프리데 옐리네크 : <피아노 치는 여자>
역자 : 이병애 / 출판사 : 문학동네 / 출판일 : 1997. 11. 20 / 쪽수 : 358
<인간 관계 속에 숨어있는 계급적 고찰>
이 글은 ´엘프리데 옐리네크´라는 독일의 조금은 독특하고도 어려운 페미니즘 작가의 글입니다. 어떤 비평가들은 이 글을 너무 섹슈얼하다느니 관음주의적이라고 하지만, 작가가 노린 것은 결코 그러한 포르노그라피적 상상이 아닙니다.
오히려 작가는 반포르노그라피를 이 글을 통해서 주장한다고 스스로 말합니다. 즉 남성이 중심이 아닌, 여성이 중심에 서서 자신의 성에 대한 고찰을 하는 글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글의 중심에 놓인 것은 인간관계 속에 숨어있는 하이어라키(계급주의)에 대한 고찰입니다. 남성과 여성간의 사랑이라는 낭만성 속에 숨겨진 계급적 구도, 그리고 심지어는 같은 여성들 안에서도 숨겨진 계급적 구도들을 작가는 이 글 속에서 날카롭게 분석하고 차가운 시선으로 드러냅니다.
먼저 남녀간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는 구도로 드러납니다. 마치 서로가 서로에 대해서 사냥을 하듯이 서로에 대해서 도전하고 지배를 가하는 것입니다. 즉, 작가는 이러한 남녀관계를 통해서 기존의 ´낭만적 이성간의 사랑´이라는 신화를 해체합니다.
또한 여자간의 관계는 이 글 속에서는 어머니와 딸의 관계로 드러나는데, 이 또한 모성이라는 허울 속에서 어머니가 딸을 지배하고 소유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즉 여기서 작가는 ´모성신화´를 철저히 깨고 해체합니다.
그 밖에도 이 글은 내용뿐만 아닌 그 구성에서도 끊임없는 기존의 신화 해체를 시도합니다. 마치 피카소의 ´소´라는 작품에서 자전거가 해체되어서 하나의 소의 모습으로 재탄생한 것 같이, 작가는 기존 독일의 유명한 클래식들 - 슈베르트의 가곡에서부터 괴테의 파우스트까지 기존사회의 정전들을 그 내용과 구절을 빌어와서 이 글에 끼워 맞추고 해체하여 새로운 형태의 글을 만드는 작업을 시도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 글을 좀 어려울 수도 있지만, 일반 독자들에게는 세상에 숨겨진 진실을 날카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고, 독문학을 전공하는 독자들에게는 이 글 속에 숨겨진 독일의 클래식과 정전들의 숨겨진 구절을 찾아보고 새롭게 변형된 그 의미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독일의 페미니즘 소설이 어떤 것인가 하는 약간의 팁도 가지게 되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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