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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모르는 장소
신경숙 외 : <그가 모르는 장소>(제5회 21세기문학상수상작품집)

출판사 : 이수 / 출판일 : 2000년 1월 10일 / 쪽수 : 400

<호수빛 거울>
명경지수(明鏡止水)는 ´맑은 거울과 잔잔한 물´이라는 뜻이다.
신경숙의 <그가 모르는 장소>에는 대상 수상집 외 그녀의 자선작 <멀리, 끝없는 길 위에>와 그 밖에 우수작으로 이제하의 <독충>, 최윤의 <굿바이>, 하성란의 <파리>, 이순원의 <1988년, 로코코의 겨울> 등 총 9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것에 대상 수상자의 <소리 없이 쌓이는 눈처럼>이라는 수상소감과 김윤식, 이청춘, 김성곤의 선정 이유가 있었는데, 마치 소설과 비평이 함께 있는 듯하면 등단의 길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신경숙의 <그가 모르는 장소>는 호수였다. 결혼에 실패하여 이혼한 사십대 중반의 남자가 간직한 비밀의 장소는 호수였다. 그 호수를 중심으로 마치 있을 법한 사실을 신경숙의 저 멀리 깊은 곳에서부터 솟아오르는 묘사로 소설로 형상화한 이야기가 마치 마법으로 풀어지는 것을 보고 나는 그녀의 필치에 깊이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호수, 흐르지 않고 고여 있는 물, 나는 새벽에 호수에 가는 걸 좋아한다. 어느 날 그 호수에 백조 한 마리가 유유히 날고 있었다. 뽀얀 안개 속에 고요하게 잠들어 있는 호수에 나는 아무도 모르게 돌을 던져서 동그란 파문을 일으키고 내 얼굴을 비추어보았다. 그곳에는 삶에 지친 쓸쓸한 중년 여인이 있었다.
새벽 호수는 늙어가고 있는 겉 모습뿐만이 아니라, 마음 깊은 곳의 진심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은 나를 숙연하고 엄숙하게 했다. 그 남자가 이혼 후에 어머니와 함께 간 호수가 나에게는 퍼덕거리며 날고 있는 하얀 백조가 되어 왔다.
그 비밀의 장소 호수. 나만의 호수는 아무도 모른다. 나는 내일 새벽에도 나만의 장소 호수로 갈 것이다. 겨울 아침의 호수가 사라지기 전에 그곳에 조각배를 띄울 것이다. 나는 호수에 비추이는 내 삶의 그림자를 따라 거울 위를 가도가도 끝없는 삶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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