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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골
조선희 : <고리골 1>

출판사 : 북하우스 / 출판일 : 2001년 8월 10일 / 쪽수 : 350쪽

<이것이 바로 진정한 판타지 소설이다>
최근 들어 한국 판타지계는 많이 흔들리고 있다. 글 수정도 거치지 못한 글, 심심해서 끄적였는 글, 스토리 구성이 엉망인 글, 시점이 이리저리 바뀌어 헷갈리는 글, 극강-판타지를 즐겨 보는 청소년들은 먼치킨이라 부르고 있다-이 난무하는 글, 심지어는 채팅어가 난무하는 글들이 출판되어 판타지의 기둥을 뿌리 채 뽑으려고 하는 이 안타까운 현실에 고리골의 출판은 어두운 암흑에 비치는 한 줄기의 빛과도 같다. 잘 짜여진 스토리,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 명료한 느낌을 주는 인물간의 이야기, 이해하기 쉬운 설명은 독자들의 마음을 즐겁게 해준다.
이야기는, 고리골 족의 무사인 제강의 출생이 밝혀지는 때부터 시작된다. 그녀를 사랑하는 사람이자 이방인 신의 수호를 받는 진진부, 제강과 3세에 얽힌 슬픈 사연을 담고 있는 정백 선생 도홍경, 제강의 주인이라고 자처하는 동악대제.
점점 독자를 매력의 나락으로 빠뜨리는 이 마약과도 같은 소설은 가히 중독적이다. 창합의 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알고 혼란에 빠지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서려고 애쓰는 제강의 모습은 목적을 잃고 방황하는 현대 사회의 사람을 목격하는 것 같은 착각을 주게 한다.
이 소설의 단점은 글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마치 퍽 내쉬는 한숨과도 같은 느낌을 주어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안타깝게 만든다. 글이 너무 빨리빨리 진행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기에, 5권이 아니라 10권으로 나왔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그녀는 진정한 판타지 작가이다. 뻔한 이야기로 독자들을 짜증나게 만드는, 정성이 하나도 안 담긴 영양가 빵점인 최근의 판타지 소설과는 달리 이 글은 아름답고 멋있다. 머리를 때리는 놀라운 반감, 그리고 슬픈 스토리는 감정을 잃고 사는 우리들에게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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