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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친구 빈센트 |  | |
| 박홍규 : <내 친구 빈센트>
출판사 : 소나무 / 출판일 : 1999년 10월 14일 / 쪽수 : 260쪽
<광기=천재성, 그 상품화 비판과 시대를 넘어서...>
우선 이 책을 접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네덜란드의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의 전기를 우리 나라 사람이 썼다는 사실이었다. 한 사람의 전기를 누가 썼느냐가 뭐 그리 대수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 나라에서는 이런 작업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의 전기작품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번역서 아니면 기존에 나와있는 책들의 내용을 새롭게 재구성하고 소개하는 것 외에 독창적인 것은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이런 독창적인 전기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 고흐의 전기를 읽는 것 보다 더 즐거웠다. 그 만큼 이 책은 고흐에 대해 새롭게 쓰여졌고, 새로운 시각을 전해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고흐는 이미 후기 인상파에 속한 ´태양의 화가´, ´비운의 천재 화가´ 또는 ´광기의 천재´로 고정화 되어있다. 물론 어떤 한 인물을 광기로 포장해 그 상품성을 높이는 것이 미술품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는 자본의 상술에 만연된 한 현상임이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광기, 천재성의 발견은 우리에게서 왜?라는 가장 기본적이고 간단한 의문조차 빼앗아 버렸다. 왜?라는 의문이 배제된 고흐에 대한 그림의 평가란 ´천재´, ´광기´, 그리고 ´비운´ 이외에 기대할 것이 없다.
우리는 고흐가 왜 그 늦은 나이에 그림을 그려야 했고, 무엇을 그렸는지 그리고 그러한 그림이 어떠한 의미가 있고 지금에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즉 그가 살았고 살아가야 했던 시대와 그가 고민했던 사회의 현실을 간과한 채 고흐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의 그림에 대지를 그린 그림이 많고, 광부와 노동자의 그림, 그리고 왜 자화상을 그렸는지를 그의 천재성과 광기에서 찾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이러한 왜?라는 의문을 정당하게 추구한다면, 그는 저자가 말하는 데로 해바라기보다는 너른 들판에 서로 엉키어 살아가는 담쟁이를 더 좋아했고, 그가 그린 태양은 단지 태양이 아니라 새벽녘의 대지 위에 떠오르는 태양이었다는 점도 구체화 될 듯하다. 더 나아가 그가 그린 그림의 소재는 그 당시 그의 주위뿐 아니라 아직 우리의 주위에도 흔하다 못해 진부한 소재라는 점도 명확해 질 것이다.
물론 그는 비운했다. 사랑에 실패했고, 10여 동안 그린 그림은 겨우 한 점만 그것도 헐값으로 팔렸을 뿐이다. 그의 죽음 또한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더 큰 비운은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주위에는 없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그림이 인정을 못 받았던 것은 예외로 하더라도 그는 스스로 광부와 농부를 위해 살았음에도 그들은 그를 이해하지 못했다. 즉 그는 소외되고 상실된 그리고 불행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공동체를 이루며 살려는 꿈을 죽을 때까지 버리지 않았지만, 그러나 어느 누구하나 그의 이러한 생각을 받아줄 수 있던 사람은 없었다. 어쩌면 자신의 아우를 예외로 한다면. 오직 그림만이 자유였고, 해방이었고, 즐거움이었다.
그가 살아있다면 ´천재성의 광기´로 치장된 자신의 그림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어쩌면 고흐는 아직도 비운한지 모른다. 자신의 미술품이 엄청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음에도 결국 시대가 바뀌었지만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는 사실에 말이다.
따라서 그는 두 번 비운했다. 한번은 그가 살아야 했던 시대에 그리고 지금의 우리시대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면에서 나는 왜 저자가 빈센트를 친구라 말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따라서 빈센트는 내게도 친구라 느껴진다. 이 저서를 통해 모든 사람들이 빈센트의 친구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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