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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코틀랜드의 여왕 |  | |
| 슈테판 츠바이크 : <스코틀랜드의 여왕 1>
역자 : 안인희 / 출판사 : 자작나무 / 출판일 : 1997. 1. 15 / 쪽수 : 294
<나의 종말에 나의 시작이 있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꿈꾸어 왔는가! 불가능할 것이 없는 그래서, 모든 것들이 마음대로 이루어질 것만 같은 만물의 창조자 다음으로 높은 자리에 오를 수 있기를 말이다. 게다가 중세의 시대에 멋진 성들과 화려한 의상과 축제에 더 없이 빛날 것 같은 여왕의 자리라면 한 번쯤 꿈꾸지 않는 자가 이상하리라.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앤 공주 역의 오드리 헵번을 보면서 누군들 그 자리를 마다할까마는, 꿈은 역시 꿈일 수 있기에 감히 꿀 용기를 주는 모양이다. 처음부터 왕위 자리를 가지고 태어난 여인 스코틀랜드 메리 스튜어트 여왕과 또 다른 곳에서 그 자리를 얻기 위해 인내하는 세월이 길어야 했던 잉글랜드의 여왕 엘리자베스라는 여인.
동시대를 살아가면서 왕위에 올랐고 올랐었던, 전혀 닮은 점이 없는 여인들의 생사를 가르는 불 꽃 튀는 심리의 전쟁 파노라마라 할 수 있는 이 역사적인 소설은 어쩌면 평범한 것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할 만큼 아찔하고 부담스러운 그녀들의 일생에서 서민들은 다소 위안을 갖게 될 것이다. 셰익스피어에게 끊임없는 영감을 불러일으키게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두 여인의 파란만장한 드라마는 츠바이크의 아름다운 이야기 전개로 인해 생생하게 펼쳐져 있다.
특히, 이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츠바이크의 인간에 대한 심리묘사는 과연 백미(白眉)라 아니할 수 없을 것 같다. 절대적으로 확실치 않은 전설만으로도 자신의 글로 완전히 소화해낸 작가의 풍부한 소질이 여실히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한 여인으로 태어났다면 더 없이 사랑스러운 아낙으로 살아 갈 수 있었던 여인 메리와, 완전한 여자일 수 없었던 처녀 왕 엘리자베스의 괴팍함을 다소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면 미진할 것이다.
우아한 자리에 앉기까지 그리고 그 자리를 지키기까지 그녀들이 감수해야 했던 개인적 행복에 대한 보상은 주검 뒤에 이루어 졌을지도 모른다.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도덕적인 양심이 그다지 중요치 않은 냉혹한 현실을 받아들일 만큼 위대한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츠바이크가 말했듯이 위대한 정치가는 운도 따라야 하는 법인 것이다.
시작은 좋았지만,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최초의 여왕 메리 스튜어트와 위태로운 시작과 끊임없는 왕위에 대한 위협에도 장수 할 수 있었던 엘리자베스의 일생은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오랜 감옥 생활 동안 익힌 자수로 메리 여왕은 ´나의 종말에 나의 시작이 있나니´라는 말을 새겼다 한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단호한 표현이다.
정치적 인생은 그래서 덧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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