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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은 비로 내리고 |  | |
| 이진영 : <슬픔은 비로 내리고>
출판사 : 은행나무 / 출판일 : 2002년 1월 30일 / 쪽수 : 310
<비로 내려 더욱 슬펐던 ´슬픔은 비로 내리고´>
세상이 복잡해지고 시끄러운 일이 많아지는 요즘엔 역으로 오히려 사람들은 단순해지고 싶어한단다. 즉 무슨 얘기냐 하면, 패션도 그 옛날 울 엄마들이 입었음직한 복고풍으로 돌아가고, 먹을거리도 인공적인 것을 많이 가미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것을 선호하고,,,, 그것뿐이랴? 매스컴에선 연일 신파조의 악극을 선전하느라 여념이 없다.
그런데 마음의 양식이 되어야할 가장 중요한 책에서만은 그렇지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거웠던 차에 이진영의 ´슬픔은 비로 내리고´를 읽었다.
두어 장만 넘기면 전철에서 옆에 앉은 사람이 기웃이 들여다볼까 봐 민망스러운 표현이 난무하는 요즘의 출판계에서 이렇게 신선하고 깔끔한 문구로 ´사랑´이란 단어를 그려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만 했다. 특히 길을 가다가도 맘에 드는 어귀나 표현이 있으면 염치 불구하고 다이어리에 휘갈겨내리는 내게는 정말로 가슴 시린 문구가 절절히 와 닿는 책이었다.
민규와 연수, 그리고 우희. 사회적 통념으론 도저히 어울릴 것 같지 않던 두 사람이 조금씩 아름답게 다가가는 그 장면이란........ 그 흔한 ´야한 장면´ 하나 넣지 않고도 그렇게 예쁘고 고운 사랑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하기만 했다. 그래 방문한 작가의 홈페이지엔 ´작가가 여자분인 줄 알았어요´하는 이야기도 적혀있었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느꼈던 그냥 묵직하게만 생각했던 은행나무의 듬직한 이야기 하나.
그녀가 사라진 어둑한 거리에는 스스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소복하게 떨어져 내린 은행나무 낙엽이 야광처럼 빛나고있었다. 암수 딴 그루인 은행나무, 은행잎이 유난히 무거운 이유는 따로 떨어져있는 딴 그루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떨어진 은행잎이 다른 나무 낙엽처럼 바람에 쉬 날리지 못하고, 자신의 그루터기 아래 소복하게 쌓여만 가는 이유 역시도 그리움의 무게 때문일 것이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도 너는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봄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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