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joungul.co.kr 에서
제공하는 좋은글 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
|
|
|  | 아카데미의 유령 |  | |
| 가스통 르루 : <아카데미의 유령>
역자 : 김혜경 / 출판사 : 책만드는집 / 출판일 : 2002년 2월 23일 / 260쪽
봄으로 가는 길목은 늘 더디다. 그래서 조금은 지루하고 늘어지게 마련이다. 힘 빠져 하는 나에게 친구가 던져준(?) 책이 <아카데미의 유령>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을 읽고 그의 다른 작품들도 봤으면 했는데, 의외로 국내에는 그의 작품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아카데미의 유령>이 더욱 반가웠다.
나는 프랑스 학술원에 있는 마흔 번째 의석에 앉으려는 사람들의 죽음과, 이를 조사하는 골동품 상인인 가스파르 랄루에트와 종신 서기 이폴리트 파타르를 따라가던 중 가스통 르루가 말하려는 바를 몇까지 코드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첫째, 왜 아카데미 프랑세즈인가?
둘째, 가스파르 랄루에트는 왜 골동품 상인이며 문맹인가?
셋째, 비극적인 향기와 살인 광선, 살인을 하는 노래
넷째, 그들은 진짜 불멸의 지성인가?
다섯째, 아카데무스는 누구인가?
물론 이 작품을 읽는데는 다른 많은 코드들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읽는<아카데미의 유령>이 훌륭했던 이유는 이 다섯 가지 코드에서 비롯된다. 간단히 말하자면 작가 가스통 르루는 권위적이고 위엄있는 프랑스 학술원의 허위와 당시 지식인들이 갖고 있던 가벼움을 비판하고 있으며, 골동품 상인에 지나지 않는 랄루에트를 그 마흔 번째 자리에 앉힘으로 해서 그들을 통렬히 비웃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작가가 랄루에트에게 골동품 상인이라는 직업을 갖게 한 것은 다음 문장과 연관이 있다. 물론 그가 문맹이라는 점도 이러한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다시 그의 아들 ˝아카데무스˝에 의해 부각된다.
˝현대과학은 눈에 보이는 것에 있어서 과거의 과학보다 많은 진실을 파헤쳤습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옛 사람들에 비해 매우 뒤쳐져 있습니다. 옛날의 과학을 깊이 이해한 사람은 보이지 않는 세계를 꽤뚫어볼 수 있었던 겁니다(p40)˝
<아카데미의 유령>이 가진 매력은 실로 대단하다. 그런 뜻으로 나의 세 번째 코드는 책을 읽는 이들에게 맡기기로 했다. 다 얘기하면 너무 재미없을 것 같으니까 말이다. 아무튼 내게 이 책을 던져준(?) 그 친구에게 고맙다. 오랜만에 좋은 소설을 읽어서 그런지, 더디게 오던 지루한 봄이 어느새 성큼 다가와 있는 것 같다.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