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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 |  | |
| 조경란 : <우리는 만난 적이 있다>
출판사 : 문학과지성사 / 출판일 : 2001년 5월 18일 / 쪽수 : 274
신비주의적 색채가 느껴진다. 전반적으로 무언가에 홀린 듯한 느낌이 드는걸 어찌할 수가 없었다.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궁금해하다 보니 어느덧 책의 마지막 부분까지 이르렀다. 책을 덮으며 생각했다. 아무래도 작가는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주인공은 너무도 쓸쓸해 보인다. 그녀에겐 그녀가 알지 못하는 태초의 1년이 존재한다. 처음 태어나던 그 순간 존재치 않던 어머니의 사랑을 자신의 친오빠에게로부터 얻으면서 그녀는 성숙해간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형성된 친밀감이 그녀로 하여금 오빠를 자신과 다른 객체 아닌 자신의 일부로 인식하게끔 만들지만, 그는 그녀를 결국 떠나고 말고, 새로운 결혼 생활을 찾는다. 소설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떠나고 있었다. 하지만 떠난다고 직접적으로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그저 느낌만으로 이것이 마지막이리라는 것을 그녀는 알아채고 있었다.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소설이 복잡해 보였다. 심령학자 김석희의 전생에 대한 믿음이 그녀에게 서서히 전도되어 오면서, 불가항력적인 힘에 이끌려 그녀는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이미 이 세상에 존재치 않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헤어졌던 사람과 진정한 헤어짐을 위해 다시 만나기도 하고... 무엇인가 특별한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그저 그런 쓸쓸한 것이 자신의 인생이었음을 말하고 있는가보다 라는 생각이 들 따름이었다.
이유 없이 눈물이 날 땐 누군가가 나를 그리워하고 있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굳이 눈물을 흘리지 않을지라도 헤어짐이 끝은 아니기에 그녀는 울지 않으며 헤어짐을 맞이한다. 오히려 지금은 헤어질지라도 보이지 않는 끈이 서로를 연결하고 있노라는 믿음이 그녀 안에 존재하는 듯 하다. 우리네 인생이 모두 그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지금껏 어떤 인생을 살았던가. 그녀처럼 어머니의 자궁을 밀치고 세상 빛을 바라보던 그 순간의 기억이 내겐 없다. 아무리 거슬러 올라가려 그래도 흑백사진의 빛 바랜 흔적들은 화질이 너무 나빠 나의 역류를 허락하지 않는다. 한 번 정도는 나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다. 나를 스치고 지나간 사람들, 나와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의 인연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한번 정도는 진실되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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