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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주와 인간 그 마지막과 그 너머로 |  | |
| 서광조 : <우주와 인간 그 마지막과 그 너머로>
출판사 : 철학과 현실사 / 출판일 : 2001년 3월 25일 / 쪽수 : 390쪽
<´나´의 존재를 되돌아보기>
힘들고 지칠 때 위로 삼게 되는 생각이 하나 있다. ´나´란 존재가 아주 보잘것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부터였을까? ´나´를 넘어서면 우리가 있고 더 나아가 민족이 있고 세계가 있으며 우주가 있다. 이러한 사회·공간적 개념 외 시간적 개념으로 볼 때 우주가 생성되어 이 지구에 인류가 나타나 지금에 이르렀지만, 현재를 기점으로 하여 그 역(逆)과정을 거쳐 이 우주가 소멸해 간다고 생각해 보자. 그 전 과정에서의 인류, 작게는 ´나´란 존재를 생각해 보게 된 것이다. 먼지 보다 작은 존재라서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시간적인 개념에서 나를 보자. 우리가 일상에서 쓰고 있는 시간은 시·분·초, 그리고 일·월·년·세기 등일 것이다. 그런데 우주의 역사를 이야기 할 때는 보통 빛의 속도인 ´광년´을 쓰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 겨우 길어야 80∼90을 사는 나란 존재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공간적인 개념으로 보아도 마찬가지이다. 발 디디고 있는 이 지구를 포함하여 우주공간 등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수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그 셀 수 없는 존재들 속에서 나는 점 하나라도 제대로 찍힐 수 있을까? 이렇게 보면 나는 너무도 작아서 그 존재조차 제대로 느낄 수도 없고, 그 시간도 그야말로 순간(瞬間)이라서 보이지도 않을 것이다.
너무 허무한 생각이 아닌가 되짚어도 보았지만, 그래도 이런 생각들은 힘들고 지칠 때 지탱하고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살다보면 미운 사람도 생기고 하기 싫은 일도 생기며, 남을 이기려고 버둥거릴 때도 있다. 또 욕심이 생겨 내 것이 아닌 것을 차지하려고 피를 흘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한 인간의 모습이 바로 나의 모습이라 생각한다면 이 모든 것이 다 부질없어 진다. 남을 사랑하고 욕심을 버리고 서로 도와가며 살기에도 부족하다. 서로 싸우고 미워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이것이 풀리지 않는 문제에 부딪힐 때 이를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 처세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우주와 인간 그 마지막과 그 너머로´란 제목이 내 눈에 띄게 되었다. 우주와 인간의 마지막은 무엇이며, 그를 넘어서면 무엇이 있을까? 상당히 호기심을 자극하는 문구였다. 기대를 하며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기고, 마지막 장을 닫을 때까지 다소 시간이 걸리긴 하였지만 이 책은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명확한 해답과 결론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문제제기와 고민거리를 안겨주기를 기대하였다. 우주와 인간의 마지막과 그 이후란 것이 선험적인 문제여서 기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험을 통해 검증 가능한 것도 아니어서 결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가설을 세우고 어느 가설이 타당하고 오차가 없을 것인지는 끊임없이 논쟁할 문제인 것이다.
개인 적으로 이 책을 통해 몇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첫째, 우주와 인간 그 마지막과 그 너머라 하고 있지만 과연 우주와 인간의 마지막이 있을까 하는 것이다. 그 시작 또한 이론으로 존재하고 있어 명확하지도 않은데, 그 마지막을 장담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다. 마지막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둘째, 우주는 하나뿐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은하계가 우주의 전부일까 아니면 이와 유사한 또 다른 우주가 또 존재하는 것일까? 이 우주의 끝은 있는지 아니면 무한(無限)한 상태 그대로인지. 예전의 누군가는 수평선을 보고 지구의 끝을 장담하여 끝까지 가다 보면 낭떠러지일 것이라 생각한 사람이 있는 반면, 지구를 둥글다고 생각하여 바다를 항해하여 제자리로 돌아온 누군가도 있다. 그처럼 우주를 항해하여 그 끝을 확인할 수도 없는 것이다. 현재 ´광년´이라는 개념보다 더 큰 속도의 개념이 등장하지 않는 한 갈 수도 없을뿐더러, 간다고 하더라도 되돌아 올 수도 없다.
셋째, 인류의 종말이 올 것인가? 서울역이나 종로네거리에서 십자가를 들고 인류의 종말을 예언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인류가 등장한 이 후 지금까지의 시간은 이 우주의 역사에서 한 장도 채우지 못할 만큼 짧다. 하지만 그 이전 공룡이 존재하던 그 긴 시간의 발전에 비하면 인류의 짧은 역사가 이룩해 놓은 발전의 무게는 엄청나다. 무엇보다도 물질로 이루어진 육체에 무형의 정신(마음)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공룡이 멸종할 때처럼 인류도 어느 시점에서인가 그 끝이 있을 것이라 쉽게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넷째, 우주에 다른 생명체의 존재 여부이다. 가끔 신문과 방송에서 UFO의 출현을 알려준다. 이 후 그 진위여부가 논란이 되면서 과연 외계인이 있는지가 관심사로 등장한다. 즉 우주에 생명체가 존재할 만한 조건이 형성되어 있는 행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우리도 계속 신호를 보낸다고 하며, 반복적으로 접수되는 신호가 있기는 하지만 이는 수억 광년 멀리에서 이미 폭발한 행성의 여운으로 밝혀졌다고 한다. 아직 신호가 없는 것이 우리가 보낸 신호가 그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멸해 버려서인지 아니면 정말로 생명체가 없어 반응이 없는 것인지는 모른다. 작년, 지구 밖의 신호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다룬 헐리우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제목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가능성 있는 소재라고 생각한다.
다섯째, 과학은 정말 객관적이고 실험을 통해 검증된 사실을 다루는 학문인데, 그렇다면 과학으로 설명이 어렵고 풀리지 않는 현상과 사실들은 과학의 영역에서 제외시켜야 하는가? 이는 과학과 종교가 대립하고 있을 시기의 논쟁거리였을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설명이 불가능한 현상들이 있다. 이를 종교에서는 인간과 우주를 움직이는 신의 법칙이 있어 이에 따라 만물이 소생하고 소멸한다고 한다. 하지만 과학에서는 아직 발견하지 못한 법칙들이 있고, 가설과 검증을 통하여 이 법칙들을 발견하는 것이 과학자의 몫이라고 한다. 하지만 천문학과 순수과학을 하는 학자들 중에서도 이러한 풀리지 않는 현상들 때문에 궁극에 와서는 신의 법칙에 대하여 연구하기도 한다는데...
이 밖에도 많은 문제 거리들을 안겨주었고, 그렇다고 해답이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다만 생각할 기회를 안겨주고, 그 폭을 넓혀 주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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