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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시 |  | |
| 25시!
그것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하지 않을 가공의 시간이다.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묵인하며 구제의 시도가 무효가 되는 망상의 세계이다. 이러한 25시를 비르질 게오르규는 하나의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기계주의·기술만능주의의 부패 속에 허둥거리는 서구사회의 비극을, 동서 양진영의 틈바구니에 낀 약소국의 비극을, 인간 존중의 실존주의를 바탕으로 그리고 있다.
게오르규! 그는 이 책의 요한 모리츠와 같은 루마니아 태생의 신부로 인간을 하나의 역사로 보았다. 누구도 간섭하거나 상처낼 수 없는 하나의 역사로.
정직하고 소박하며 평범하여 악의 구속을 받지 않았던 루마니아의 농부 모리츠는 어느 날 갑자기 유태인이라는 오인으로 유태인 수용소에 강제 수용된다. 속절없이 유배 생활을 하던 그는 결국 루마니아와 적대관계에 있던 헝가리로 탈출했으나 헝가리는 모리츠가 루마니아인이라는 이유로 감금하여 반죽음이 되도록 고문한 후 국적이 분명치 않은 포로 속에 포함시켜 노무자로서 독일로 보낸다. 독일에서 모리츠는 컨베이어에 실려오는 단추상자를 트롤리에 옮겨 싣는 일을 했다. 어느 날 그런 모리츠 앞에 인종학자 뮐러 대령이 나타나 그를 게르만 민족의 정통인 영웅족이라고 판단을 내려 요한 모리츠는 하루아침에 헝가리 노무자에서 독일군으로 변신한다. 그 모리츠가 프랑스 포로를 도와 미군진영으로 탈출하지만 환대도 잠시 적성국가의 시민이라는 이유로 수용소에 강제 억류된다. 그리고 또 어느 날 수용소 생활을 시작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영문도 모르고 석방되지만 그가 누린 자유는 불과 18시간. 그는 다시금 가족 모두와 함께 수용소에 억류되어야 했다. 12년 동안 열다섯군데의 수용소를 전전한 끝에 지친 몸과 상처 입은 마음으로….
인간의 존엄성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어떤 근거아래 말해져 왔으며 우리 사이에 깊은 믿음으로 전해져 온 것일까? 생명이 있고 개인의 사고로 역사를 건설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요한 모리츠. 그는 하나의 역사였다. 그는 하나의 맥박이었다. 짓밟히고 설운 삶으로 구박받긴 하였지만 그는 소탈한 성격으로 기계를 증오하고 인간을 사랑할 줄 알았으니까.
먼 옛날부터 우리 인간은 자유로운 상상력과 창조력을 발휘하여 이토록이나 멋들어진 현대를 이룩해 놓았다. 그러나 그것은 기계화라는 비인간적이고 비인정적인 것에 짓눌려 호흡조차 곤란하게 하는 비생리적인 사회를 만들어 버렸다.
지금 요한 모리츠의 얼굴이 내 그림자 속에 떨고 있다. 잔뜩 겁을 먹고 움츠린 표정으로…. 그러나 그의 얼굴은 현대의 순박한 소시민의 인정의 얼굴, 사랑의 얼굴이다.
우리는 모리츠처럼 살아야한다. 비록 기계주의에 젖어든 비정한 사람들에게는 어리석고 미련해 보일지라도, 우리들 가슴 깊숙한 곳에 배어 있는 자만심과 망각심을 버리고 모리츠의 순수하고 안식적인 영혼을 담아야 한다. 그것이 25시를 초극하는 길이며 제3의 세계로 돌아오는 것이다.
책머리의 게오르규의 메세지가 생각난다. ˝당신들은 다만 당신들 나라만이 아니라 세계가 잃어버린 ´영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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