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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 |  | |
| 이 작품은 작가 박완서의 자전적소설 3부작중 2부에 해당된다.
1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서 아직 미숙한 아이로써의
작가를 만났다면 2권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에서는 성숙한,
또는 성숙해가는 그녀를 만날 것이다.
전편의 그것이 정겨운 옛추억의 회상과 아름다운 시절에의
묘사였다면 이번 작품은 치열한 그리고 비참하기까지 했던
시절과 전쟁속을 살아나가는 변형된 인간군상들을 우리는
소설 곳곳에서 만날 수있을게다. 전쟁자체가 모든 것을
변형시키기에....
박완서의 작품에는 강인한 여인들과 죽음의 단상들이 자주
등장한다. 이작품에서도 예외가 아니어서 인상적인 여인상들이
인물의 주류를 이룬다. 자존심과 당시 드물었던 교육열 높은
어머니 착하고 순박하지만 전쟁으로 인해 강해질 수 밖에 없었던
올케 그리고 작가자신...미군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여인등...그녀의 대하소설 ˝미망˝이나 소설 ˝그대 아직 꿈꾸고
있는가˝등등의 타작품에서와 마찬가지로...강인한 여성들이
이곳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또한, 작가의 소설의 주소재인 죽음에 대한 단상...
어렸을때부터 그녀의 우상이었던 오빠가 비참하고 비굴한
모습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여러곳에서 드러낸다. 전쟁이 한 인간을 얼마나 힘겹게
그리고 철저히 파괴해가는가에 대해 그녀는 관찰자적인
냉정을 잃고 다소 감정적이기까지한 주관적 묘사와 실망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이러한 작가의 태도에 우리는 전쟁에
의해 그녀가 얼마나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 이외에 재미있었던 부분들은 전쟁을 헤쳐나가는 여인들의
생활상과 미군PX근무시절 이야기는 가히 이 소설의 압권이라
할 수 있다.
그녀와 올케는 인공(인민공화국)시절 어려운 생활 타개책으로
피난간 집을 뒤지는 소위 말하는 빈집털이를 한다.
이 부분이 아주 마음 졸이며 읽어야하는 부분임에도 그녀는
그 상황에서 느끼는 자신과 올케가 느끼는 감정을 유머러스한
필체로 그려냄으로써 나를 웃음짓게 만들었다. 분명 떳떳하지
못한일(사실상 범죄다)임에도 생존을 위한 불가피를 역설하며...
나중엔 빈집털이 실력의 향상을 대견스러워 하기까지 한다.
난 이 장면에서 그녀들이 너무 귀여웠고 사랑스럽게까지 느끼게
됐다. 그리고 당시 인민군들에 대한 묘사는 우리가 배운것과는
동떨어진 너무나 순박하게 묘사돼 잠시 혼란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그리고 서울수복 후 미군정시절 PX근무시절이야기 또한 아주
재미있게 표현 됐다. PX에서 만난 졸부와 미군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려는여인 그리고 그곳의 물자로 연명할 수
밖에 없어 절도를 예사로 저지르는 당시의 인간군상들과 당시의
기억을 토대로 한 서울에 대한 서술은 그 시대를 겪어보지 못한
나에겐 그 시절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 큰 소득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 만나는 당시 이야기는 우리 젊은세대가
역사나 다큐멘터리에서 접한 그것보다 훨씬 세밀해서 글을 읽는
동안 내가 그시절을 살아가는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또 재미있는 에피소드는 PX에서 싸구려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
박수근과 작가 박완서와의 만남이다. 지금 박수근의 작품은
이중섭의 그림보다 비싸다. 그림값으로 화가를 평할 수는 없지만
그림값만으로 치면 그는 한국 최고의 작가라 말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생계를 위해 미군을 상대로 싸구려 초상화를 그렸다니...
안타깝기도 하고..그런 무명이었던 위대한 화가를 당시 초상화
가게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우리시대 대표작가 박완서 역시
무명의 평범한 사람으로써 둘이 만났고 같이 일했다니 재밌고
신기하기가지 했다.
이 소설의 말미에 그녀는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했다.
예정된 3부작의 2/3가 끝난 시점에 소설속 그녀의 나이가
20대중반이고 현재 그녀의 나이가 70을 넘겼으니 3부는
엄청나게 숨가쁘게 진행되리라 생각하니 자못 기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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