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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  | |
| 얼마전에 이 책을 선물받았습니다.
책 선물 주고 받기를 좋아합니다만,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낯선 작가의 책은 더 반갑습니다.
그래서 더 즐거운 선물이었습니다.
김영하라는 작가의 이름은 몇몇의 책 제목에서 들어온 터라 낯설지 않은데 그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기는 처음입니다.
이 소설집은 어떤 ´곳´일까, 범상치 않은 푸른색의 표지와 역시 마찬가지인 제목에서 기대반 궁금함 반으로 마른 침을 삼키고 페이지를 펼칩니다.
목동에서 고대 앞에 있는 병원을 가려면 공덕역이나 청구역에서 6호선을 갈아타고 고대 앞에서 내려야 합니다.
나는 항상 공덕역에서 그것을 갈아타고 가는데 그것은 맨 처음부터 들여놓은 습관인지라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길 지독히 싫어하는 성격때문입니다.
그래서 두달쯤 되어가는 것 같은 병원 길에 청구역에서 갈아타 본 것은 단 한번뿐입니다.
´엘리베이터에 낀...´를 막 읽기 시작했다가 고개를 들어보니 마포역입니다.
다음에 내려야 하는 구나하며 다시 고개를 들어보니 공덕역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있건만 나는 문이 닫히고 애오개를 거의 도착해서야 내가 공덕에 내렸어야 했다는 걸 깨닫습니다.
내려야겠구나와 책을 보고 남이 내리는 걸 보는 나는 서로 별개였던듯 행동이 일치되지 못하고 무심합니다.
다시 공덕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시간이 없는 관계로 그냥 청구에 가기로 합니다.
´엘리베이터에 낀...´를 다 읽을 즘 청구역에 도착하였습니다.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내리는 것을 쳐다보다 나도 내렸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 냅니다.
내려놓고 생각하니 우습습니다. 제 내릴 자리에서 남 쳐다보는 무심함.
이따금 알 수 없는 행동들을 하긴 하지만(모두가 나에게 하는 표현에 의하면 말이지요), 이번엔 내가 생소합니다. 뭐지?
사람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 특히 자신도 이해하지 못할 행동에 대해 - 어딘가에 핑계를 댈 것을 찾곤 합니다.
예의 나도 같은 사람인지라 손에 들려 있던 책을 탓합니다.
그 소설이 나를 ´엘리베이터에 낀...´ 속의 ´나´로 만들어 놓은 것이라 말입니다.
그의 상상력, 재밌습니다.
나는 늘 잠자리에 누워서도 이내 잠들지 못하고 한시간 가량 뒤척이는 편인데 이건 유년부터 있어온 습관입니다.
김영하씨의 이 소설집은 어린 날 어둔 방에 누워 천장에 펼쳐놓았던 내 무한 상상의 지대에 되돌아간 듯한 기분입니다.
물론 지금도 그 무한 상상 지대에 상상하는 낙서를 하고는 있지만 그때 그만큼의 낙서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그 무한 상상 지대에 낙서하러 가는 기분.
나를 무심함 속에 던져놓은 이 소설이 고맙습니다.
이즘에 작가의후기를 인용해서 자주 쓰고 있는데 드라마는 예고편이 생명이고 소설은 작가 후기가 생명이라는 나의 지론 탓에 그 부분을 빠뜨리지 않고 읽다보니 나의 이 지론을 강요하는 느낌도 있고 해서 머뭇거려지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적습니다.
그가 말하길 주위에 피해를 끼치는 담배같은 소설을 쓰고 싶다 합니다.
그리고 내가 대답합니다.
축하합니다, 그런 당신의 소원에 따라 적어도 나 하나에게는 피해를 끼쳤습니다.
당신의 소원은 이루어졌습니다.
고개를 드니 하현달이 노르스름한 빛깔을 진하게 뿜습니다.
파랗게 어두어진 하늘과 광을 뿜는 달.
형광등 아래 엎드린 나 자신.
소설집 안의 ´당신의 나무´라는 작품이 떠오릅니다.
별 선명한 얼음같은 밤.
건강하고 행복하게 좋은 생각 좋은 마음.
by 날마다 여는 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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