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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비지뢰 |  | |
| 나비지뢰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났다고들 합니다. 후세인 정권이 무너지고 미국이 완승했다고 합니다.
아닙니다. 진짜 전쟁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전쟁은 그 땅에서, 아니 전 세계 구석구석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대전에서는 희생자의 90%가 무고한 시민입니다. 여성과 어린아이를 비롯한 무기를 들지 않은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부상을 입거나 손발을 잃는 사람의 수는 그 몇 배를 넘습니다. 그들에게 일어난 전쟁은 끝없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번역하지 않았다면, 필자 역시 전쟁을 그저 축구중계 보듯이 ‘누가 이기고 누가 패하는지’ 흥미롭게 시청했을 것입니다.
미국과 이라크 전쟁을 보면서, 오폭에 의한 무고한 희생자가 보도될 때마다 왠지 모를 울분과 이해할 수 없는 생각에 사로잡힌 것은 역자만이 아닐 것입니다.
전쟁이 무엇인지 올바르게 알아야 할 텐데….
이 책은 그 답답함에 대한 해답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별이 빛나는 사막 마을과 자카란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노래 부르는 소녀를 상상하게 해 주고, 생명과 전쟁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 준 저자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 책에는 생명의 존엄과 인간의 억센 모습, 삶을 긍정하는 힘찬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어쩌면 이 메시지는 수많은 생명을 위임 받은 의사가 외치는 영혼의 소리인지도 모릅니다.
지은이_지노 스트라다Gino Strada는 쉰다섯 살의 이탈리아 외과의사입니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전쟁터에서 일하는 외과의사’입니다. 지뢰와 전쟁으로 인한 부상자 치료와 재활을 돕는 비정부 인도 조직 이머전시(Emergency, 본부 밀라노)의 창설자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이라크 령 쿠르디스탄, 아프가니스탄, 페루, 보스니아, 지부티, 소말리아, 에티오피아, 캄보디아, 르완다 등 전쟁의 참화를 겪고 있는 곳을 찾아다니면서 의료 구호 활동을 펴고 있습니다.
2003년 3월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이라크 국경 쿠르디스탄으로 의료진을 이끌고 들어갔습니다.
이 책으로 이탈리아 비아레지오 바실리아Viareggio Versilia 상을 비롯하여 각종 권위 있는 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를 곁에서 지켜 본 간호사는 거침없이 말합니다.
■미친 이탈리아 의사 양반!■
그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미쳤습니다. 얼마 전 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어김없이 이라크 국경 쿠르디스탄으로 의료진을 이끌고 들어갔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보복 공격이 시작됐을 때도 그랬습니다. UN을 비롯한 모든 국제단체와 NGO 사람들마저 황급히 그곳을 빠져나올 때, 저자는 파키스탄 국경을 넘어 수도 카불로 들어갔습니다. 저자는 아프간의 해방을 목격한 유일한 서방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스커드 미사일이 머리 위로 지나가고 포탄이 빗발치는 속에서도 그는 뒷걸음질 친 적이 없습니다.
그 경이로운 체험은 영상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본국은 물론 미국 전역을 감동시킨 바 있습니다. 일체의 차별 없이 생명을 지키고자 하는 인도적 견지에서 뜨겁게 반전을 호소하는 저자의 주장은 자국에서는 물론 전쟁을 일으킨 미국 내에서도 폭넓은 공감을 얻었습니다.
■전쟁과 인간의 참모습에 관한 기록■
이 처절하고도 감동적인 글은 저자가 전쟁터를 찾아다니면서 겪은 10여 년간의 기록을 엮은 일기체 형식의 수기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사실과 그 순간순간의 감정이 솔직한 언어로 기록되어 있지만, 무대 배경이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전쟁터인지라 매일매일 일어나는 현실이 마치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은 힘을 느끼게 합니다.
생명을 다루는 저자의 뜨거운 집념, 때로는 흔들리는 마음, 이국 사람들과의 만남, 그리고 고국에 남겨 둔 가족에 대한 애틋한 정리를 담담하게 써 내려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말합니다.
“최근의 전쟁은 병사들이 싸우고 다치는 싸움이 아닙니다. 여자와 어린아이들이 더 많이 다칩니다. 지금 이라크에서는 많은 어린아이들과 무고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습니다. 전쟁은 어린아이와 여자를 죽이는 악마의 유희입니다….
심지어 이 책 속에서 여자 저격병이 말하듯이, 어린아이는 나중에 커서 병사가 되기 때문에 서슴없이 쏴 버린다고 합니다. 여자는 아이를 낳습니다. 병사 한 명을 죽이는 것보다는 아예 여자를 쏴 버려서 20년 후에 병사가 생겨나지 못하게 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 너무도 냉엄한 전쟁의 손익 계산적인 발상입니다.”
저자는 처음 아프간에서 전쟁외과의로서 의료 활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나 희생자들의 얼굴은 여자와 어린아이, 노인들뿐이고 병사의 얼굴은 찾아 볼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누가 전쟁을 하고 있는 거야! 내 주위에는 물총 하나 없고 전사들은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였단 말인가!”
하늘을 원망하였습니다.
그 하늘에서는, 구소련이 만든 ‘나비 지뢰’가 팔랑팔랑 춤추며 떨어집니다. 이 지뢰는 곧장 터지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집으로 가져와 장난감 삼아 가지고 놉니다.
그리고 폭발…….
이것이 전쟁의 모습이고 인간의 진실입니다.
힘 센 자들은 공습과 폭격을 서슴없이 자행하고, 우리들은 야구 시합을
보듯이 안전지대에서 전쟁을 바라봅니다…….
by읽어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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