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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을 감고 보는 길 |  | |
| 예전에 우연히 TV의 어느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의 아나운서는 그렇게 말했다. ´어른으로서는 가지기 힘든 동심과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정채봉 작가님께서 어제 마지막 긴 길을 떠났습니다.˝하고 말이다. 아나운서 뿐 아니라 장례에 온 모든 이들은 이와 같은 말을 했다. 나는 그 사람들의 말을 듣고 언젠가는 꼭 정채봉 작가의 글을 읽어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이 눈을 감고 보는 길이라는 이 책을 선택할때 아무 꺼리낌 없이 선택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럼 이제 정채봉 작가에 대해서 간단히 말해 보자면 정채봉 작가는 1946년 순천 해룡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그와 여동생을 낳고 스무살의 나이로 세상에 그들만 두고 떠났다. 아버지 또한 일본으로 이주하여 거의 소식을 끊다시피 하여 할머니가 그 둘 남매를 키우게 됐다. 소년 시절 정채봉은 그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우두커니 바다를 바라보는 시간이 많았던 외로운 소년이었다. 이렇게 힘들게 살았던 정채봉은 시련들을 꿋꿋이 이겨냈다. 그리고 지금은 이 세상에 없지만 지금도 그의 글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 뭉클한 감동과 평화만을 가져다 준다.
이제 이 책에 쓰여 있는 내용들을 간략히 말해 보겠다.
1년 열두 달 가운데 자신이 태어난 달이라서 더욱더 애착을 갖고 있던 11월에 그는 절망하게 된다. 병원에서 간암이라는 판정을 받게 된 것이다. 몸에 악성 반란군이 침입해 왔기에 병원에 장기간 입원해서 치료를 받아야 했고, 그렇게 힘든 와중에 많은 절망과 고통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사랑하는 딸과 아들을 비롯한 그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은 슬픔이라는 단어 만으로 표현하기에는 부족할 정도로 가슴 아린 일이었던 것이다. 최소한의 장비만 갖추어진 병실을 새로운 거처로 삼은 작가는 가족들을 모아두고 당분간 병원에 나타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을 한다. 그 이유는 함께 슬퍼만 하다가는 견디얼 낼 힘들이 너무 일찍 없어져 버릴 것 같아서 였다. 그래서 작가는 친지들과 많은 사람들의 면회를 사절하는 고지문을 병실앞에 걸어 놓고 본격적인 투병에 들어간다. 이런저런 검사명목으로 수시로 피를 뽑히고, 하룻밤에도 세 번씩 진통제 주사를 맞으면서, 온몸에 땀이 흠뻑 젖을 정도로 힘든 수술을 견뎌야 하는 병원 생활이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죽어 나가는 동료 환자들을 안타까워 하는 동시에 언젠가는 자신도 저렇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병실 창 밖의 일상 속에서 바쁘게 쫓아다니는 사람들을 한 없이 부러워 했었다.
정채봉 작가는 일곱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마치게 된다. 수술에서 깨어난 시각은 한해의 마지막 밤이었다. 죽음의 문턱까지 다녀온 작가는 ´내일부터 새나이´를 얻었다며 즐거워하며 혼자서의 묵묵한 다짐을 한다.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되는 병상에서 생각나는 것들을 적은 것이다. 이 책에는 정채봉 작가의 삶에 대한 아쉬움들이 많이 나타나 있었다. 자신이 겪ㄷ고 있는 고통조차도 힘들 순간에 무엇보다 소중한 자신의 딸과 아들과 친지들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모습이 너무 안스러웠다. 아들에게 어려움이 닥쳤을때 아버지가 아닌 정말 누구보다 소중한 친구로서 편지로 위로해 주며, ´만약에...´라는 한마디로 자신에겐 희망이 별로 남아잇지 않음을 조심스레 꺼내며 노력하는 그 모습에서 아버지의 자식에 대한 깊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은 마음을 편하고 맑게 해주는 것 같았다. 힘든 세상사, 언제 어디서나 시련과 고통을 맞을 수 있는 우리들에게 마음의 위안과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전하는 아름다운 글들이 있었음을 느꼈다.
우리가 눈으로 보길 추구하는 것. 갖길 원하는 것. 자극적인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그런 것들이 지금은 가장 소중하게 비칠지 몰라도 결국에는 덧없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 제목처럼 눈을 감고 보는길. 눈을 감고도 보이는 그 길이 우리가 가야 할 참 길이 아닌지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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