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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시지 1 |  | |
| 삐삐 호출은 1번 음성녹, 삐.
지나가던 길에 우리가 처음으로 얼굴을 마주했던
그날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 몇 마디 남깁니다.
그땐 무슨 확신으로 그런 생각을 했었는지, 당신에게는 내 마음을 달래줄 따뜻
한 손길이 있을 거란 생각을 했지요. 특별히 그런 걸 느낄 어떤 느낌도 당신은
내게 건네지 않으셨는데 말입니다.
허락도 없이 그저 나 혼자 먼저 사랑을 시작해 버렸지요. 그렇게도 어렵게 알아
낸 당신의 전화기에 첫 전화를 걸었을 때, 모르셨죠? 인사말 한 마디 중얼거리며
몇 시간을 보냈는지. 그런데도 어렵게 준비했던 인사말은 어디로 자취를 감추고
점심 시간이 훨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도 멍청히 식사했냐고 물었었지요.
그렇게도 버벅대고 전화를 끊었을 때의 제 마음은 무슨 큰일이나 벌인 것처럼
두근두근, 후회와 반성을 반복하며 수화기를 내려놓던 그 순간부터 다시 전화를
걸고 싶다는 마음을 달래려고 혼이 났었습니다.
왜 그렇게 시간은 더디게 흐르던지, 언제 그렇게 알고 지냈었다고 당신의 생각
으로 하루가 시작되고 그 하루가 끝이 나곤 했었지요.
저의 멍청함이 가여웠었는지 귀여웠었는지 당신은 저를 만나주셨습니다. 지금도
감사해요, 그때 만나주신 것에 대해.
영화를 먼저 봐야 되나, 밥을 먼저 먹어야 되나, 차를 먼저 마셔야 되나를 학력
고사 출제위원처럼 고민한 끝에 닭 몇 조각 때문에 웃고 계실 때 나는 당신의 미
소를 보며 웃고 있었고, 당신이 주인공 남녀가 사랑에 성공해 행복을 느끼는 표
정을 지으실 때 저는 당신의 그 표정을 보며 행복을 느꼈었지요.
극장을 빠져 나와 영화가 어땠냐는 당신의 질문에 볼 만했었다면 될 것을 멍청
한 저는 떨리는 심장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닭드시기 편하게 봉투를 들고 있어서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더듬거리고 말았습니다. 진심으로 당신을 미안하게 할 생
각은 없었는데……, 그래도 그 덕분에 그날 저녁 저는 영광스럽게 당신에게 저녁
식사를 대접받았었지요.
그런 말 아시죠?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하하하.
지금 역시 당신 앞에서 작은 떨림은 여전하지만 그때처럼 평생을 떨고 살아야
한다면 아마도 저는 제 명에 못 죽었을 겁니다, 하하하.
조금 부담가는 농담이었지요?
당신에게 처음 말을 놓게 되었을 때, 저는 그때까지 말이라는 것이 그렇게도 무
거운 것인 줄 모르고 살았습니다.
어쩌면 그렇게도 우리 사이가 가벼워질 수 있었는지, 하하하.
왜 이렇게 웃음이 나오지요
아마도 당신이 이 메시지를 들어주셔서 그런가 봅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알아갔지요.
상대방, 그러니까 사랑하는 상대의 생각이나 사고 방식을 알아간다는 것은 더없
이 행복한 마음을 들게 주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사건들을 만들며
우리는 어느덧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아니시라고요?
또 나만의 생각인가요, 하하하.
그러면 또 어떻습니까?
당신에게 이렇게 말을 높이니 예전의 상황과 느낌들이 되살아나
다시 한 번 당신을 낳아주신 부모님께 감사의 마음이 생기는 것을
. 요즘 제가 당신에게 잘 대해 주는지 궁금합니다.
나름대로 거짓 없고 진실되게 다가가 편하게 느껴지는
사랑을 쌓아가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어서 집으로 들어가 잘 도착했다고 전화를 해야 하는데, 제가 들어가는 시간 동
안 당신은 이 메시지를 확인하고 저처럼 옛 생각에 산뜻함을 느끼시겠지요. 지금
당장 그 표정을 보고 싶지만 다음 만남으로 미루고 어서 집으로 가야겠습니다.
조금 후 전화 통화로 말하겠지만 좋은 꿈 꾸시고 제게 그 꿈에 단역이라도 하나
주십시오. 지금 남기는 이 메시지는 언젠가 지워지겠지만 당신을 향한 제 사랑의
메시지는 영원히 당신의 마음속에 남아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럼.
삐. 녹음되었습니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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